“비만은 개인 탓?” 낙인 그만…사회 제도적 관리 필요

[바이오VIBE]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

코메디닷컴과 인터뷰 중인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 [사진=코메디닷컴]

“비만을 개인의 노력만으로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만 질환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비롯해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다. 그만큼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강조되는 분야다. 올해 대한비만학회가 주관한 국제 학술대회(ICOMES 2023)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이러한 문제를 지목했다. 비만은 ‘대사증후군’의 한 범주로 제도적 차원의 개입과 관리가 시급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비만연맹은 오는 2035년 20세 이상의 비만 인구가 15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 인구 80억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약 다섯 명 중 한 명은 비만 질환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울한 통계치는 국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 성인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44.8%, 여성은 29.5%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는 최근 코메디닷컴과 만난 자리에서 “비만 치료는 더 이상 개인의 관리 영역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권 교수는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가이드라인 개발 및 주요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젊은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권 교수는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만성 대사성 질환이라는 인식 자체가 낮은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오로지 비만대사수술 한 가지에만 보험 급여가 적용돼 있고, 치료는 물론 수술 전과 후의 검사와 관리 영역에서도 여전히 비보험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비만 환자들은 전통적인 치료 외에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있다”며 “한정된 국가 보험재정 상황도 이해는 하지만 비만 치료가 제도적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결국 제대로 된 관리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소아청소년기부터는 비만의 예방과 관리 전략에 있어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권 교수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은 개인을 비롯해 사회적인 의료비 가중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비만을 미리 예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 관리의 패러다임을 정책,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러한 비만의 인식 개선을 놓고 질환 명칭에 대한 논의들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관리의 탓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리는, 비만 질환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간학회 등에선 비만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명을 기존 ‘NAFLD(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에서 ‘MASLD(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로 새롭게 명명하기도 했다. 질환명 중에 ‘Fat(지방)’이라는 표현이 갖고 있는 낙인 효과를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 때문이다.

여기서 낙인 효과란,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게 되면 실제 삶의 행태도 나쁜 방향으로 변해 가는 현상을 말한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비만 인지 감수성이 훨씬 높은 캐나다 등의 해외 지역에서는 비만을 환자들의 개인적인 책임과 관리 문제 등으로 돌리는 낙인에 대해 절대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과잉진료 개선 캠페인을 통해, 비만을 개인의 잘못으로 간주하고 사회적 낙인을 찍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약물 오남용 문제가 큰 의료용 마약 펜터민(식욕억제제) 등을 대체할 약제들이 처방권에 진입하면서 약물치료 분야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다른 만성질환과 같이 심장 및 혈관 등에 부가적인 혜택을 고려한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효과가 좋은 비만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만큼 약제에 대한 급여화가 기본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며 “약제 급여 기준은 학회에서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당연히 처음부터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고 사회적 취약계층부터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비만은 양극화의 병이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식사 및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다”며 “비만 진단 기준과 동반질환, 그리고 소득 수준을 고려한 급여 적용이 진행된다면 효과적인 비만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지자체별로 다양한 비만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비만 관련 예방 사업에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되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코메디닷컴과 인터뷰 중인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 [사진=코메디닷컴]
Q. 비만 환자는 생활습관 교정 및 인지행동 중재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 비율은 얼마나 되나?

권혁태 교수– (클리닉과 병원 등) 의사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진료 중인 환자의 약 20%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 치료제에 대한 청구 데이터 등 정확한 통계 자료는 확인하기 어렵다.

Q. 비만약 시장에서 GLP-1 성분 제제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게 삭센다이다. 국내 허가 이후 5년 정도 써본 결과는 어땠나?

권혁태 교수– 효과는 나쁘지 않다. 국내에서 비만 약물 치료 목적으로 장기간 사용 가능한 약제 중 삭센다와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약제 두 가지의 효과가 확실히 좋다. 임상데이터 상으로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의 효과가 조금 더 좋게 나타났지만, 삭센다가 처방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검증된 효과에 있다.

Q. 비만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과 정신과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약물 상호작용 문제는 없나?

권혁태 교수-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기타 다른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제를 추가로 사용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런 상황이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제의 상당수는 식욕 증가와 체중 증가를 부작용으로 동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들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기에 스스로 식사 조절이나 신체 활동을 늘려가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복용 중인 약물을 중단하면 정신 질환이 심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옵션이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성분의 약제는 중추신경에 작용하기에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고, 우울증 환자에게 썼을 때 오히려 우울 증세가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GLP-1 유사체를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들은 이런 점에서 보다 자유롭다.

Q. 매일 맞는 주사제에 이어 주 1회 주사제까지 처방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삭센다와 위고비의 역할이 어떻게 갈릴 것으로 전망하는가?

권혁태 교수– GLP-1 유사체 기반 약물들은 효과가 굉장히 좋다. 기존 치료제들의 체중 감량 효과는 일반적으로 위약(가짜약)군 대비 7~8% 수준이었는데, 위고비의 경우 12% 가량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위고비의 주요 임상 중 STEP 7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임상평가 당시 연구자는 물론 임상참여자 역시 본인이 투약받는 약이 진짜 약인지 위약인지 알지 못하도록 설계가 됐는데,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가 너무 탁월하다보니 참가자들이 바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두 약제 모두 허가사항이 비슷하다. 따라서 위고비와 삭센다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위고비가 주 1회 투여 방식으로 편의성이 높고, 임상 결과에도 효과가 좋으니 출시 이후 더 많은 처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존에 삭센다로 충분히 효과를 본 환자라면 그냥 유지해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위고비가 도입된 미국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삭센다 3.0mg을 사용하던 환자들이 위고비의 중간 단계 용량을 건너뛰고 바로 1.0mg이나 1.7mg으로 치료를 시작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만약 조금 더 고용량을 사용해보고 싶은 환자라면 0.25mg부터 천천히 증량하기보다는 바로 고용량을 사용해 보다 높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Q. GLP-1 성분 제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위장장애 문제이다. 학계에선 약물 안전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권혁태 교수– 부작용이 없는 약물이란 없다. 그렇기에 환자와 충분한 정보 공유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위장장애는 흔한 부작용이고 대처법도 이미 나와 있다. 용량을 서서히 증량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환자들에게 사전에 공유해야 한다. 부작용 대비 효과가 크기에 부작용을 견디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차적인 치료 목표다.

Q. GLP-1 옵션은 먹는 약으로도 개발 중이다. 기존 주사제들과 비교되는 특징이 있다면?

권혁태 교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OASIS 1 임상연구를 통해 50mg까지 용량 증량 시 주사제 2.4mg 성분과 거의 동등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됐다. 다만 경구용 약물은 펩타이드 제제이기 때문에 분해되지 않고 약물 성분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공복에 섭취해야 한다. 복용 후 30분 동안 다른 음식을 섭취하면 위산이 분비되어 약이 분해되면서 효과가 떨어진다. 물도 120ml 이내로 마셔야 하는 등 복용 조건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 것보다 경구제가 부담이 더 적을 수는 있다. 경구용 치료제도 점점 발전한다면, 치료제의 선택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비만 약물치료 분야는 어느 때보다 임상이 활발한 상황이다. 국내 진료지침에도 반영될 예정인가?

권혁태 교수– 주 1회 주사제 위고비는 이미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삭센다와는 임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진료지침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티르제파타이드 성분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가 나왔기에 함께 업데이트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다만 레타트루타이드는 비만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처방 적응증인 당뇨병에 대한 임상이었기에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의 효과 정도만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은 2년 주기로 업데이트하면서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내년에는 올해까지 출판된 논문들을 리뷰해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 9월 말까지는 문헌 검토를 마치고 진료지침 작성을 시작하려고 한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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