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콜레스테롤 LDL-C 조절 기준, 왜 자꾸 낮아질까?

[바이오VIBE]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최연직 교수

은평성모병원 최연직 교수. [사진=코메디닷컴]
“더 낮게·더 빨리·더 오래.” 의료 전문가들은 우리 몸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C(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 세 가지 표현을 강조한다. 치료 초기부터 수치를 빨리 낮추고, 낮아진 수치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된다는 뜻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05년부터 매년 9월 4일을 ‘콜레스테롤의 날’로 지정했다. 각종 심뇌혈관 질환과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질병 예방을 위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고자 제정된 날이다.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LDL-C는 사망 위험이 높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SCVD)’의 발생과 재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인자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혈중 LDL-C 수치가 높으면 혈관에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쌓여 죽상경화반을 형성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로 계속 쌓이게 되면 상태가 불안정해지다 갑작스럽게 파열된다. 이때 발생한 혈전이 혈관을 막을 경우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쌓인 죽상경화반이 터지며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이 급성심근경색이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LDL-C 수치가 낮을수록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감소한다’는 의견은 정설로 받아들여 지는 분위기다. 때문에 국내외 학계에서는 해당 심혈관계 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을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LDL-C 목표 수치를 강력하게 낮춰 잡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표 학회인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를 비롯한 유럽심장학회(ESC) 등 주요 학회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진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발표하며,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 목표 수치를 ’55mg/dL 미만(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으로 강력 권고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해 11월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5판을 개정하고, 국내 환자들에서 동일한 목표 수치를 제안했다. 이는 앞서 2018년 발표된 지침 4판에서 제시한 ‘관상동맥질환 등 초고위험군 환자에 LDL-C 목표 수치 70mg/dL 미만’ 보다 엄격한 콜레스테롤 강하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코메디닷컴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최연직 교수를 만나 임상 현장에서 LDL-C 목표 수치가 갈수록 낮아지는 배경과 이상지질혈증 분야 최신 치료 전략에 대해 물었다. 최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학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지난해 심혈관연구원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젊은 석학으로 평가된다.

최 교수는 이러한 배경을 놓고 “높은 LDL-C 수치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는 병태생리학적 원리에 더해, 실제 여러 연구를 통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심혈관 사건의 재발이나 이로 인한 사망 등의 위험이 많게는 2배 이상 감소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반 ‘스타틴’ 단독 요법을 시작으로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 그리고 강력한 LDL-C 강하 치료 옵션인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을 사용한 FOURIER 연구 등 관련 임상근거가 꾸준히 확인되면서 진료지침상 LDL-C 목표치도 함께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연구 결과에 맞춰 목표치를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는 작년에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초고위험군을 대상으로 LDL-C 목표치를 55mg/dL로 낮췄고, 서양의 경우 미국 학계는 2017년, 유럽은 2019년에 이러한 목표치가 먼저 정립됐다”고 덧붙였다.

낮아진 목표 수치에 맞춰 치료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진료현장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이나 심근경색 기왕력을 가진 환자 등 중증 심혈관질환 사건 발생 위험이 높은 초고위험군 환자에서 에볼로쿠맙 등과 같은 PCSK9 억제제의 역할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모양새다. 실제 치료 지침에서도 초고위험군의 치료 옵션으로는 PCSK9 억제제의 권고 등급을 상향 조정한 상황이다.

최 교수는 “PCSK9 억제제의 가장 중요한 혜택은 LDL-C 수치를 강력하게 감소시킨다는 부분”이라며 “LDL-C는 죽상경화성 혈관질환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수치를 빠르게, 목표치까지 낮춰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데이터를 보면, 스타틴 단독요법 또는 에제티미브와의 병용요법만으로 LDL-C 목표치를 달성하는 초고위험군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환자들이 목표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PCSK9 억제제를 추가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간혹 스타틴 이상반응으로 인해 대체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PCSK9 억제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기존 치료만으로는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치료제 사용과 관련해선 진료지침과 급여기준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지침에서는 초고위험군의 LDL-C 목표치가 55mg/dL로 낮아졌지만,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에 따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치는 아직 70mg/dL 이상”이라며 “따라서 55 이상 70 미만 범위에 해당하는 초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강력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PCSK9 억제제를 사용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에서도 급여 기준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인 상황으로 전했다.

끝으로 그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1, 2차 예방을 위해 LDL-C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은 여러 번 말해도 모자랄 정도로 중요하다”며 “특히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앓은 환자는 재발이나 추가적인 심혈관 사건 발생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욱 엄격히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급성심근경색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은 20~30% 수준이지만, 재발하면 사망률이 최대 85%까지 증가한다. 이들을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강력한 조절을 당부하는 이유”라며 “환자 자신도 몸 상태에 알맞은 LDL-C 목표치를 확인하고 식습관 및 생활 습관 등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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