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모든 장기에 영향줘… “치매 진행까지?”

노인들 감염률은 낮지만…기존 노환 환자 고통 가중시키는 '롱 코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미국 성인의 약 11%가 감염 후 장기간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보고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노인은 코로나19에 잘 걸리고 걸리면 치명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팬데믹 초기에는 코로나19에 대해 ‘베이비부머 제거기(Boomer Remover)’라는 속어까지 유행했다. 팬데믹 위기가 종식되어가는 지금 코로나19는 노인들에게 또 다른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노인은 잘 걸리지 않지만 한번 걸리면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장기 코로나19(롱 코비드)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미국 성인의 약 11%가 감염 후 장기간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보고했다. 2022년 6월~2023년 6월의 약 19%보다 감소한 수치다. 이 수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부 성인이 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60세 이상은 30~59세보다 전반적으로 롱 코비드 감염률이 낮다. 이에 대해선 노인일수록 예방접종율 및 추가 접종율이 높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예일대 의대의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면역학)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생물학적 요인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롱 코비드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긴 했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시건주 앤아버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패트리샤 앤더슨(66)은 2020년 3월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까지 매일 1만보 이상을 걷고 무술 수련을 하는 건강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린 뒤 극심한 오한과 호흡곤란, 신경계 장애를 일으켰고, 몇 달 동안 앤더슨은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인지 능력이 저하됐다.

코로나19에 걸리고 3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이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부분의 인지 기능과 일부 신체 기능을 회복했고 매일 3000~4000보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지팡이를 짚고 쉬엄쉬엄 걷는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컨디션이 안 좋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거나 3자리 수밖에 걷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호전댔다 다시 악화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롱 코비드는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그는 말했다.

CDC의 롱 코비드 진단기준은 감염 후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기준은 초기 감염 후 3개월이 지난 뒤 새로운 증상이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것이다. 진단기준도 다르지만 증상도 광범위하다. 호흡 곤란, 심혈관 및 대사 질환, 신장 질환, 위장 장애, 인지 상실, 피로, 근육통 및 쇠약, 정신건강 문제 등이 그에 포함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닿지 않는 장기 시스템은 거의 없습니다.“ 미국 재향군인부에 등록된 수백 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롱 코비드를 연구해온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 의대의 지야드 알 알리 교수(임상역학)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롱 코비드는 첫 번째 감염에선 발생하지 않았다가 이후 감염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은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코로나에 걸리기 쉽지는 않지만 알-알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네 가지 특정 증상군을 지닌 노인들은 롱 코비드에 특히 취약하다. △당뇨병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을 포함한 대사 장애 △심장병, 심장마비, 심방세동 같은 심혈관 질환 △설사 및 변비, 췌장염 및 간 질환과 같은 위장 문제 △뇌졸중, 인지 기능 저하 및 기타 신경학적 증상이다.

콜로라도주 모뉴멘트에 사는 은퇴한 은행직원인 제인 올게무트(69)는 2022년 6월 남편과 함께 코로나19에 걸렸다. 부부는 바로 팍스로비드를 복용하고 일주일만에 상태가 호전됐다. 하지만 올게무트는 몇 달 뒤 운전할 때 자신의 반응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을 느꼈고 머릿속이 뿌예지는 뇌 안개 증상을 감지했다. MRI 및 기타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롱 코비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올게무트는 보충제를 복용하고, 광선요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날에는 걷는 거리를 4 마일(6.4㎞)로 늘렸다. 하지만 “롱 코비드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매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장기간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노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다른 질환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의 모니카 베르두스코-구티에레스 교수는 지적했다. 롱 코비드에 대한 물리치료 및 재활 지침서의 저자인 그는 또 롱 코비드가 노인들이 이미 겪고 있는 건강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미한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이 롱 코비드에 걸린 뒤 치매로 진행된 경우도 보았다고 덧붙였다.

알 알리 교수는 “롱 코비드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식당에서 식사할 경우엔 야외 테이블에서 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예방접종과 추가접종은 롱 코비드에 걸리는 것 자체는 막지 못해도 15~50%까지는 위험을 줄여준다”면서 반드시 추가접종을 받을 것을 권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싶으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는 것도 중요하다.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60대의 경우 약 20%, 70세 이상의 경우 약 34%까지 장기 감염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인이 롱 코비드에 걸릴 경우 회복이 더 느린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앤더슨과 올게무트처럼 보충제, 전해질, 압박복, 물리치료 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는 노인이 많지만 “증세를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약은 아직 없다”고 이와사키 교수는 말했다. 특정 재활 접근 방식이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관련 프로그램이나 클리닉이 충분하지 않다고 베르두스코-구티에레스 교수는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롱 코비드 환자들 스스로 자구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와사키 교수는 롱 코비드 환자들이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 마치 1980년데 에이즈 운동가들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롱 코비드 연구를 주도할 전담기구를 보건복지부(HHS) 산하에 신설하고 대규모 관련 예산 배분과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롱 코비드 및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겪는 사람들을 위한 옹호 프로젝트(Long Covid Support and the Covid-19 Longhauler Advocacy Project) 같은 환자 주도 의료단체의 도움을 받는 노인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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