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들었다 놨다…호르몬이 원인?

호르몬 요법보다는 식단, 생활습관 관리가 피부 건강 유지에 도움 돼

얼굴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여성
피부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면 호르몬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갑자기 푸석푸석하고 가려운 피부, 늘어나는 주름. 노화에 따라 피부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갑작스러운 피부 변화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호르몬이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다이어트 식단이나 호르몬 요법 등으로 호르몬을 재정비해 피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 정말로 호르몬 조절을 통해 윤기나고 젊은 피부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르몬 변화가 우리 피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정 생애 단계에 들어서거나 신체 변화로 호르몬 분비량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피부 상태도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호르몬 요법 등을 통해 호르몬 자체를 ‘리셋’ 할 수 있다는 말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보다는 식단이나 생활습관 관리, 그리고 치료 목적의 보충제 사용으로 호르몬 균형을 유지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피부 건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호르몬은 성장과 발달, 신진대사, 성기능과 생식, 기분 등 신체의 다양한 활동과 기능을 지시하는 화학적 메신저다.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갑상선, 인슐린, 코티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등이 있다.

미국 건강정보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 health)’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호르몬 변화가 피부 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갑상선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체중 증가, 기분 저하, 변비는 물론 피부 건조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는 사람은 모발과 손톱이 쉽게 부스러지고 탈모는 물론 창백한 피부 등 증상을 보인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 역시 모발 질감의 변화, 탈모, 연약한 손톱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여성에게도 분비되는 안드로겐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피부 피지선을 자극해 피지를 분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안드로겐은 남성 생식계의 성장, 발달 그리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남성 호르몬이면서 에스트로겐의 전구체로 여성의 생리 작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도 피부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중 하나다. 나이가 들어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울 수 있다. 에스트로겐은 적절한 양의 피지를 생성해 피부 탄력과 매끈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사춘기, 임신, 폐경과 함께 오는 호르몬 변화

여성의 난소가 활동하기 시작하는 사춘기에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증가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피부에 있는 수용체가 테스토스테론에 민감하게 반응해 피지를 분비하고 이로 인해 여드름이 생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을 더 많이 생성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더 심한 경향이 있다.

임신 중에 피부 변화가 생기는 여성도 많다. 대표적인 증상은 기미다. 임신 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져 피부가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색을 일으키는 것. 이때는 외출 시 최대한 그늘을 찾고 꼼꼼하게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기미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연구에 따르면 기미가 잘 생기는 여성의 경우 임신 외에 경구 피임약도 기미를 유발할 수 있다.

폐경이 왔을 때, 그리고 폐경 전후에도 피부 건강이 나빠진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는 폐경기에 질과 피부 등 모든 부위가 건조해져 가렵고 심지어 불편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피부 수분이 줄 뿐 아니라 피부 구조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분해해 주름이 늘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호르몬대체요법(HRT) 등 호르몬 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HRT는 에스트로겐, 혹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을 함유한 약물을 주입해 신체에서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 여성 호르몬을 대체하는 치료법이다.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의 피부가 주름이나 처짐이 적고 피부가 젊어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나 이를 치료 차원이 아닌 노화 방지 요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호르몬 요법보다는 생활습관 관리

호르몬 조절을 통해 건강한 피부를 만들고 싶다면 호르몬 요법 등에 기대기보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음주량 감소와 금연 등의 생활습관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다. 이러한 식단과 습관 변화가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고 피부 상태를 개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 관리도 호르몬 건강을 유지하고 잠재적으로 피부 상태까지 좋아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에 영향을 줘 여드름이 생기거나 건선, 습진 등을 일으킨다. 코르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콩팥의 부실피질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외부의 자극에 맞서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게 하는 과정에서 분비된다.

녹색 잎채소나 견과류 등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품 섭취를 늘리면 신체가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이유까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 몸이 마그네슘을 많이 소모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독서 등 취미활동을 즐기고 바깥 산책 등 가벼운 운동하기, 친구들과 웃으며 수다 떨기 등도 스트레스를 줄여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 피부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피부 상태를 수시로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피부는 우리 몸의 상태를 보여주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는 것만으로도 많은 병과 이로 인한 우리 몸의 변화를 예방할 수 있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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