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기까지 30분 이상이 걸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최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의과대 인간게놈연구소 신철 교수팀이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40~69세 3757명을 대상으로 18년 동안 코호트 연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의학저널 랜싯이 발행하는 학술지 ‘건강 장수'(The Lancet Healthy Longevit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대상자들이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을 ‘수면 잠복기’로 정의했다. 그리고 △ 한 달 동안 16∼30분을 기준으로 30분 이내에 잠이 들지 못한 경우가 1~2회면 ‘간헐적 지연 그룹’ △ 일주일에 1회 이상 60분 이내에 잠들지 못하거나 일주일에 3회 이상 30분 이내에 잠들지 못한 ‘습관적 지연 그룹’으로 나누었다.
두 그룹의 사망 위험을 잠이 잘 드는 그룹과 비교한 결과, 간헐적 지연 그룹과 습관적 지연 그룹의 사망 위험은 각1.33배, 2.22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통계학적 특성, 신체적 특성, 생활 습관, 만성질환 등의 변수를 모두 고려한 결과다.
특히 습관적 지연 그룹의 경우 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2.74배로 높았다.
수면 잠복기가 길어지는 건 불면증, 우울증, 약물 복용 등의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한 과각성 반응, 스트레스 반응의 만성화, 염증 반등 등이 사망 위험을 높이는 데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잠에 계속 빠지지 못하는 수면 잠복기 연장이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리듬 조절 생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결핍을 불러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이는 데 잠재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국내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수면 잠복기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성인의 경우 통상 10~20분인 수면 잠복기가 습관적으로 늦어지면 수면 주기가 안정적이지 못해 만성적인 수면 장애는 물론 사망과 암 위험도 높일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