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실 보호자 “간호사님 영상 보며 수십번 울어”

"작은 생명에 대한 사명감에 감사"

소아중환자실에서 아이를 돌보던 간호사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없는 참고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계 종사자와 국민들이 소아과 진료과와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소아중환자실(PICU)에 입원한 환아를 사랑으로 대하는 간호사의 영상이 퍼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17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장문의 글과 함께 여러 영상이 업로드됐다. 유튜브 ‘지지구보꾸’와 인스타그램 계정 ‘김지구’를 운영하며 딸의 육아 일상을 공유하는 보호자 A씨가 자신의 사연을 소개한 것.

A씨에 따르면, 21개월인 딸 ‘지구’는 지난해 11월 담도폐쇄증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A씨는 “코로나로 인해 면회는 불가능하고 소아중환자실 입원 한 달이 지나야 짧은 면회가 가능했다”며 “혼자 있을 딸의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애가 탄다’는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했다”고 회상했다.

병원 측에선 메신저가 설치된 휴대전화 공기계를 보호자가 전달하면 담당 간호사가 영상 통화로 환아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단, A씨는 “(지구가)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너무 울어서 나중엔 사진과 영상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수술 후 사흘째 되던 날 A씨는 우연히 베이비캠 앱에서 온 알람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켰다. 베이비캠이란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하는 앱으로, 주로 아기나 반려동물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 A씨는 딸과 병동에 있을 때 해당 앱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A씨는 “화면에 지구가 보이길래 일단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화면 녹화를 눌렀다”며 “분명히 베이비캠을 종료하고 휴대전화를 전달했는데 (간호사가) 조작하시던 중 실수로 앱이 켜진 것 같다”고 말했다.

녹화 영상에는 간호사가 딸의 곁에서 “사랑해”, “지구 왜 이렇게 귀여워?”, “아이구 예쁘다” 등의 말을 반복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간호사는 이어서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지구, 이거 기억나?”, “지구 아빠 알아?”, “아빠랑 엄마가 지구 빨리 나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대”라며 가족들의 사랑을 전했다.

뒤이어 들어온 다른 간호사는 “아까 테이핑하는데 지구 너무 힘들어했어, 미안해”라며 치료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환아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A씨의 딸 ‘지구’가 지난해 12월 병동 간호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A씨는 “지구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번 말씀하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 울었다”며 “중환자실 의료진은 부모의 역할도 수행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딘가에선 의료진의 아동 학대나 무책임한 의료사고 은폐 등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지만,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일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었다”며 고민 끝에 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소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료진에 대해서도 “자식 일이면 헤헤 웃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서슬 퍼렇게 돌변하는 게 부모라, 몸 고된 것에 더해 마음까지도 고생이 많으실 분들”이라며 “(딸이) 이분들께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며 글을 마쳤다.

이 소식을 접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소속 해당 간호사는 “지구가 간이식 수술을 잘 이겨내 대견하고,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 투병 중인 모든 환아들이 하루빨리 가족 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영상에는 제 목소리만 담겼지만, 어린이병원 의료진 모두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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