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위험 10배 ↑” …결핵 확산의 숨은 온상은?

죄수가 감염 위험 일반인에 비해 10배 높고 절반 가까이 진단 안 돼

감옥에서 결핵 발생률에 대한 첫 번째 세계적 조사결과는 죄수들이 결핵에 걸릴 위험이 전체 세계 인구에 비해 거의 10배가 높고 그중 절반 가까이는 진단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감옥이 결핵 확산의 숨은 온상이 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랜싯 공공의학(Lancet Public Health)》에 발표된 국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감옥에서 결핵 발생률에 대한 첫 번째 세계적 조사결과는 죄수들이 결핵에 걸릴 위험이 전체 세계 인구에 비해 거의 10배가 높고 그중 절반 가까이는 진단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논문을 검토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ISGlobal)의 알베르토 가르시아-바스티로 연구교수는 “저는 감옥에 있는 것이 이중 처벌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고, 둘째는 여러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핵은 결핵균이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공기를 통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퍼질 수 있다. 그것은 보통 폐에 영향을 미치지만 척추, 신장 그리고 뇌를 포함한 신체의 다른 영역으로 퍼질 수 있다. 결핵은 특히 붐비거나 제한된 환경에서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전 세계 수감자들 사이에 결핵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193개 지역에 걸쳐 국가, 지역 및 세계 수준에서 연간 비율을 추정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발표된 연구 및 국가의 연방 기관의 결핵 유병률 및 발병률 뿐만 아니라 2000년과 2019년 사이에 각 국가에서 수감된 연간 인구수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2019년 전 세계 1100만 명의 수감자 중 총 12만5105명의 새로운 결핵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53%만이 결핵 진단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보스턴대의 리어나르도 마르티네즈 교수(역학)는 “예상했던 것보다 진단받지 못한 수감자의 비율이 더 높았으며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결핵 취약 인구 중에서 가장 높은 발병률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터프츠대 의료원의 감염병 의사이자 보스턴의 6개 지역 교도소의 교정 의학 의사이자 인 앨리스 우르셀 박사는 “미국에서 결핵은 교도소 의사들이 걱정하는 상위 25~30개의 우려 사항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은 주로 수십 년간 시행되어 온 엄격한 검사와 시험 조치 때문이다. 그러나 공중 보건 인프라가 취약하고 빈곤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결핵의 감옥 내 확산은 심각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2000년~2019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연간 인구 10만 명당 2242건으로 가장 높은 신규 환자 발생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중해 동부 지역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793건으로 가장 낮았다. 가르시아-바스타로 교수는 “1인당 GDP와 결핵 발병률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며 ”사회 경제적 조건이 더 높고 자원이 더 많은 국가들은 결핵 발병이 더 적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감옥에서 결핵 발병률이 높은 것과 국가 수준의 결핵 발병률 및 교도소 과밀도 사이의 현저한 관련성을 발견했다. 이러한 관계는 아메리카 대륙, 특히 중남미에서 가장 뚜렷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중남미에서는 2000년~2019년 결핵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마르티네즈 교수는 많은 나라에서 교도소 수감실 1곳에 20명~50명의 수감자를 수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로 인해 진단받지 못한 결핵환자가 1명만 발생해도 병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 미국 죄수는 연간 인구 10만 명당 17건으로 세계 다른 나라 죄수들보단 감염률이 낮다. 그럼에도 일반 미국인에 비해선 결핵에 걸릴 위험이 약 5, 6배 높다고 그는 밝혔다.

이번 연구기간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발생 시기는 제외됐지만 팬데믹으로 전 세계 의료 시스템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됐고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접근성 감소로 인해 결핵 사망자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마르티네즈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감옥에서 결핵 통제를 조사한 연구는 없었다“라며 ”팬데믹으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일반적인 느낌이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좋은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즈 교수는 또 “교도소 결핵 전염의 결과는 재소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도소에서 일반 대중으로 결핵이 확산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정관 및 행정 직원과 같은 교도소 직원이 진단되지 않은 수감자와 밀접하게 상호 작용해 교도소 외부로 전파할 수도 있고, 방문객이 감염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진단되지 않은 죄수들은 석방과 동시에 가족, 친구, 가까운 사람들에게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

마르티네즈 교수는 전 세계 보건 기관이 결핵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과 밀접 접촉자 같은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것처럼 수감자 사이에 결핵 확산에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데 이번 연구가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pub/article/PIIS2468-2667(23)00097-X/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