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병원 운영하면 매년 90억 원 적자”

이상돈 양산부산대병원장 인터뷰

양산부산대병원은 위치가 절묘하다. 경남~부산~울산을 횡으로 연결하는 양산 요지에 있다.

2008년 11월 개원했으니 올해로 15년 됐다. 병원 역사로는 길다 할 수 없다. 하지만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 실적이 예사롭지 않다. 간부터 폐, 췌장, 심장까지 주요 장기 이식수술 등에서 새 기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국에 45곳, 부울경에 7곳 밖에 없는 ‘상급종합병원’의 하나이기도 하다.

양산부산대병원이 또 한번의 변신을 꿈꾼다. 이상돈 병원장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건 ‘미래혁신병원’ 모델.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스마트 기술로 새로운 병원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오래된 병원들에 비해 ‘신생’ 병원이니 더 발빠르게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성과가 나는 일은 아니다.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마음 한쪽은 무겁다. 또 다른 짐도 있다. ‘소아 전문응급센터’ 등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해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26일 그는 “국립대병원인 만큼 우린 여기에 일정한 사회적 책무가 있다”면서 “그 역할에 더 충실하려 하지만 적자가 계속 쌓이는 등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사진=양산부산대병원]

먼저, 양산부산대병원은 어떤 병원인가요

경남 양산 7만 평 부지에 1300병상 규모에 의료진과 직원 3600여 명이 있는 대형 종합병원입니다. 부울경에 ‘상급종합병원’이 7곳 있는데, 그중 하나입니다.

인근에 어린이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에다 의대, 치대, 간호대, 한의학전문대학원 등이 함께 모여있는 ‘의료 클러스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에서도 강력한 잠재력이 있죠. 병원장 취임하며 ‘연구중심병원’ ‘인재양성병원’을 핵심과제로 제시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반 병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계시던데요

맞습니다. 최근 네이버 클라우드(대표 김유원), 네이버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와 디지털 기반 미래혁신병원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다양한 기반을 미리 닦아놓자는 것입니다.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개발하고 의료진의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돕고, 환자 치료에 대한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항암조제로봇, 약제배달로봇 등 로봇도 많이 활용할 생각이고요.

중환자실 감시시스템, 재활 원격의료시스템 같은 모바일 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래환자들을 위한 진료예약~대기~정산~검사결과 확인~증명서 발급 기능도 있고요. 손가락으로 클릭만 하면 다 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CJ 올리브네크워크와 스마트 물류센터 만드는 것도 시작했습니다. 약품 재고관리부터 저장, 물류 등이 모두 스마트 방식으로 됩니다. 대형 의료기관으로선 아시아에서도 처음일 겁니다.

감염병 및 호흡기 전문병원도 새로 건립합니다. 디지털 기반, 첨단지능형 스마트병원입니다. 새 건물과 기존 건물 사이의 연결 통로를 통해 리넨, 식사, 약품 등을 로봇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겁니다. 기존 병원도 단계적으로 디지털 스마트 병동으로 바꿔나가고요.

최근 복부 장기이식 수술 1천례를 기록했더군요

네. 2010년 5월, 생체 간 이식을 처음 시작했으니 여기까지 13년이 걸렸네요. 환자 생존률도 중요한데, 우리 병원의 생체 간 이식 환자 생존율이 1년 95%, 5년 90%를 넘었고요.

간세포암 간 이식 환자 생존율도 1년 92%, 5년 80%가 넘었습니다. 올해 4월엔 복강경으로 하는 간 이식 수술도 성공했죠.

이처럼 우리 병원은 개원 이래로 장기이식, 고난도 수술, 중증질환 치료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또 우리 병원 환자 중엔 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암 환자 로봇 수술도 이미 3000례 이상을 넘어섰습니다.

또 어린이병원 소아심장센터, 소아내분비 및 희귀난치성 클리닉, 소아비뇨의학클리닉, 소아정신건강의학클리닉 등에는 전국 최고급 의료진이 두루 포진해 있고요.

이런 장점을 잘 살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분야 ‘전문특화병원’이 되고자 합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참, 큰일입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모집해보니, 우리 어린이병원에도 지원율이 정원 대비 28%에 불과했어요. 전국에 중증진료까지 제대로 시스템을 갖춘 어린이병원이 서울대어린이병원과 우리 어린이병원 정도인데도 그렇습니다.

내년엔 지원이 아예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동남권을 책임지는 어린이병원인데도, 이를 담당할 전문 의료진이 없어진다는 것 아닙니까?

다른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문제는 어린이병원 운영할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병원도 지난 3년간만 해도 매년 평균 90억 원 적자가 났습니다. 합하면 270억 원입니다.

정부가 소아전문응급센터 소아전문의 인건비로 연간 5억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문의 6명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모자랍니다. 병원에서 부족분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지요. 올해부터 경남도와 부산시가 인건비 일부 지원을 약속했으니, 조금 부담을 덜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병원장 전공인 비뇨의학과 쪽은 어떻습니까

비뇨의학과도 이미 2010년부터 전공의 지원 급감으로 비뇨의학분야 의료 붕괴를 곳곳에 호소해왔어요. 국회 공청회도 몇 차례 열고 했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단계까진 나아가진 못했어요.

그렇게 10년 이상을 암흑 속에서 지내다 최근 다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소아청소년과 비슷하게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죠.

필수의료 분야가 이래선 안 되는데…해법이 뭐가 있을까요

모든 전문과목이 ‘필수의료’이기에 각 전문과목 학회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등 의료 붕괴의 조짐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뾰족한 해법이 당장 나올 순 없을 겁니다. 다만, 코끼리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코끼리 다리만 보고 대책이 마련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합니다.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하기 전 전체를 바라보고, 근시적이지 않은, 현명한 정부 대책과 실제적 추진 로드맵이 필요하겠죠.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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