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는 약’ ADHD치료제, 생산성 50% 뚝↓

배낭 꾸리는 작업 능률 대폭 낮아져…혈압 심박수 증가 등 부작용 심각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수’로 물의를 빚은 ADHD 치료제가 생산성을 뚝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지난 4월 ‘마약 음료수’ 사건을 일으킨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작업의 생산성을 뚝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 뇌센터,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등 공동 연구팀은 18~35세 40명을 대상으로 ADHD 치료제가 문제해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ADHD 치료제 3종(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 덱스트로암페타민등)이 문제해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일주일 간격으로 4회에 걸쳐 일정 용량의 다양한 물품을 배낭에 효율적으로 채우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하게 했다.

그 결과 ADHD 치료제 중 한 가지를 먹은 사람(실험군)은 위약(가짜약)을 먹은 사람(대조군)에 비해 배낭을 꾸리는 작업 능률(생산성)이 약 50%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은 작업을 끝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물품을 효율적으로 채우기 위해 추측하는 횟수도 더 많았다. 특히 위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냈던 사람도 ADHD 치료제를 복용할 땐 생산성이 뚝 떨어졌다.

연구의 책인 저자인 멜버른대 엘리자베스 바우만 박사(신경과학)는 “ADHD 치료제는 각성 효과를 통해 참가자의 문제해결 동기를 높였지만 생산성을 높이지는 못했다. 작업의 질이 떨어지고 작업시간도 훨씬 더 걸렸다”고 말했다.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은 작업에 훨씬 더 열심이었고 더 빨리 작업을 하려고 애썼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치료제가 동작을 빠르게 했지만 정확도와 효율성이 떨어졌다.

ADHD 치료제 중 생산성을 가장 크게 떨어뜨린 것은 덱스트로암페타민이었고 메틸페니데이트가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이들 약물은 지나친 자극, 심장 박동수 증가, 혈압 상승, 불안감 초래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습 효과(집중력 강화)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사무직 관리자들은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ADHD 치료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생들은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위해 이 약물을 각성제로 활용한다. 연구팀은 ADHD를 앓고 있지 않는 사람도 이 치료제를 복용하면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으며 오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대치동 등 일부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받은 마약 음료수 병엔 ‘메가 ADHD’,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른바 ‘공부 잘 하는 약’이라는 별명을 가진 ADHD 치료제의 성분은 의료용 마약류에 속하는 ‘메틸페니데이트’ 다. 상품명 페니드, 콘서타, 메디키넷 등으로 유통된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인원은 최근 4년새 3만7308명(2017년)에서 7만9037명(2021년)으로 약 2배 늘어났다. 특히 서울시내 송파구(8.8%), 강남구(8.7%), 서초구(6.0%)에서 큰 비율을 차지했다.

국내 의료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신경회로가 자극을 받아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생기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약물을 먹으면 주의력, 동기 부여, 처리 속도와 관련된 뇌의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의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이를 계속 복용할 경우 의욕이 떨어지고 몸이 처지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 연구 결과(Not so smart? “Smart” drugs increase the level but decrease the quality of cognitive effort)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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