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을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의미 및 문맥 파악의 2가지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

글을 읽을 때 2개의 뇌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람이 글을 읽을 때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2개의 뇌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별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네트워크와 문맥을 파악하는 네트워크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센터(UT 헬스 휴스턴) 맥거번 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말하기와 쓰기, 읽기 능력을 포함한 언어사용 능력이 손상된 실어증이나 언어처리에 문제가 생긴 난독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뇌에 전극을 이식한 뇌전증 환자 36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뇌 활동을 기록했다. 비침습적 뇌 영상 촬영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사건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도표화 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36명의 참가자에게 실제 단어로 구성된 문장과 말도 안 되는 ‘재버워키(Jabberwocky) 단어’로 구성된 문장과 단어 목록을 읽게 했다. 재버워키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엘리스’에 등장하는 넌센스로 가득한 시를 말하는데 그 비슷한 글들을 총칭한다.

그 결과 사람들이 실제 문장을 읽을 때 뇌의 전두측두피질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네트워크는 독자가 문장을 흡수할수록 활동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단어 목록을 읽을 때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맥거번 의대의 오스카 울너프 연구원은 이에 대해 네트워크가 문장에 포함된 개별 단어의 의미를 합산하고, 말하고 있는 내용의 더 큰 그림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두 번째 네트워크는 다르게 작동했다. 이는 문장을 읽을 때보다 단어 목록을 읽을 때 더 활발히 작동했다. 문장을 읽는 도중엔 게으름을 피운 게 아니다. 울너프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이 문장을 읽을 때 두 번째 네트워크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문맥이 개별 단어를 더 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두 번째 네트워크는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측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읽기 장애를 해결하는 데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도 장기적으로 읽기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미국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의 피셔 랜도 학습장애치료센터의 성인 문해력 프로그램 책임자인 모니카 맥퀘이드는 읽기 능력과 관련해 뇌의 허브를 정확히 지목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그는 난독증을 해결하려면 “다감각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사는 난독증이 있는 아이에게 ‘고양이’라는 단어만 보여주는 대신 고양이 사진, 녹음된 고양이 울음소리, 고양이의 움직임을 통합해  의미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사라 월리스 교수(커뮤니케이션 과학)는 실어증 역시 단순한 말하기의 장애가 아니라 말하기, 쓰기, 읽기 등 모든 언어 처리 능력과 관련된 장애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실어증 치료에도 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뇌 영역과 장애를 관리하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단순히 소리내 읽기 외에도 서면 텍스트와 컴퓨터 음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텍스트 음성 변환 장치 같은 기술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3002521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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