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장기를 사람 몸에? 거부감 들어도 필요한 이유

매일 6~7명 이식 못 받아 사망...대안으로 '이종이식' 주목

이식할 수 있는 뇌사자 장기, 생체 장기 부족으로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이식’이 주목 받고 있다. [사진=Nadezhda Buravleva/게티이미지뱅크]
몸속 장기가 기능을 못하는 ‘장기 부전’ 환자는 장기를 이식 받아야 한다. 2021년 3월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이식 가능한 장기가 부족해, 매일 6~7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종이식’이 주목 받고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장기, 조직, 세포를 이식하는 것으로, 현재는 세포나 조직 수준에서 이식이 시도되고 있다.

작년 1월에는 미국에서 심장질환 환자에게 돼지 심장이 이식됐다. 두 달 만에 사망했지만 형질전환 돼지의 고형 장기를 이식한 첫 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돼지 심장을 영장류에게 이식해 최장 945일 생존한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팀이 영장류에게 췌도를 이식해 최대 603일 생존한 결과를 얻었다. 우리나라는 췌도, 각막 이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종이식은 여러 안전성과 윤리 문제로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는 20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주최한 ‘이종이식의 윤리적 쟁점’ 콜로키움에서 “이종이식과 관련해 신종감염병 발생, 동물권, 임상시험, 인간정체성, 이식수혜자 인권침애 우려 등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감염병이나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안전성과 관련한 이슈다. 이종이식을 시행하면 원료동물에 서식하는 병원체가 전파되거나, 이식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식수혜자는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아야 하는 위험도 있다.

감염병 발생 시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식수혜자는 ‘평생 추적 관찰’ 대상이 돼야 한다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수혜자는 자신의 건강기록과 의료정보를 등록하고 성생활, 임신, 출산, 헌혈, 장기이식 등을 제한 받는다. 결혼, 이민 등의 사항은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사후에는 부검 대상이 된다. 부검에 대한 동의는 철회가 불가능한 강제 조치다. 부검 후 발생한 인체유래물은 등록 및 보관 대상이 된다.

동물을 실험에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하는 동물권 문제도 주요 윤리 이슈다.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인간이 다른 동물종보다 중요하다는 종차별주의 관점이 있다. 권 교수는 “인간이 동물을 유전적으로 변형시킬 자유가 있는가, 불필요한 고통을 줘도 되는가하는 고전적 논의가 있다”며 “많은 문화권에서 식용 등의 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 목적으로는 실험동물을 수용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이식을 받은 사람은 ‘낙인’ 찍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동물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식수혜자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으며, 주변에서도 불편한 시선을 던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이식을 통해 얻게 되는 장점 역시 매우 크다. 국내 장기이식은 대체로 뇌사자의 장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수가 매우 부족하다. 뇌사자 발생의 주요 원인은 교통사고인데, 교통수단의 안전성이 향상되고 교통법규가 보다 체계화되면서 사고가 줄어들고 그 만큼 뇌사자 또한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공급도 부족하다. 권 교수는 “중국은 사형수의 장기를 암묵적으로 매매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를 통제하고 있어 장기 공급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장, 간 일부, 췌장 일부, 폐 일부 등의 기증은 뇌사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이를 생체 장기이식이라고 하는데, 이는 이식 과정에서 공여자(장기 제공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이종이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이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이점을 취하려면 임상시험 과정에서부터 여러 부분들을 고려해야 한다. 권 교수는 “원료동물을 인도적으로 취급하고 원료동물의 균을 면밀히 스크리닝하고 무균 환경에서 적출, 이송을 시행해 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뇌사자를 사망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뇌사자 대상 이식 연구의 적절성, 장례 절차 등의 윤리적 쟁점 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식 실패 시 재이식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할지, 개인정보 보호 대책은 어떻게 세울지,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책, 승인 및 규제 범위 등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도 고려 대상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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