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치솟은 40대 주부, 응급실에서 숨졌다면…

[유희은 의료소송 ABC]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여섯 명 중 한 명은 당뇨 환자(2020년 기준)다. 당뇨병은 이처럼 흔하지만 ‘사람이 죽는’ 병은 아니다.

당뇨병도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 올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 고삼투성 고혈당 증후군, 그리고 저혈당이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몇 년 전,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된 당뇨병 환자가 의료진의 잘못된 처치로 숨졌다. 환자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자녀들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평소 당뇨병 외에는 다른 병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숨쉬기가 어렵고 심장이 빨리 뛰는(빈맥) 증상이 나타났다. 환자는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응급실에서 확인한 환자의 혈당은 정상치의 몇 배였다. 환자는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 상태였다. 신속한(30분 이내)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의료진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진단을 했다.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사망률은 1% 미만이라 알려진 병이다. 적절한 치료법은 빨리 효과를 나타내는 (속효성) 인슐린과 다량의 수액을 즉시 공급하는 것이다.

의료진의 당뇨병성 케톤산증 진단 검사도 늦었고, 치료조차 잘못했다. 소량의 수액만을 공급했고, 잘못된 인슐린을 주사했다. 제대로 된 치료는 검사 결과가 나온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결국 환자는 내원 11시간 만에 응급실에서 사망하였다.

법원은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의사의 잘못이라 판단했다. 뒤늦게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당뇨병 케톤산증을 진단하지 못했고, 치료가 늦어졌다고 보았다. 진단 후 처치도 일반적인 의학적 지식에 맞지 않았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병원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까지 싸움을 이어갔고,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했다.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병원의 잘못이라는 결론이 확정되었다.

유가족들은 비로소 병원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되었다. 병원 측은 이자만 6000만 원을 지급했고, 유가족들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약 4억 원을 줬다. 유가족들이 지출한 상당한 소송비용도 지급했다[대법원 2021다239615 손해배상(의)].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제때 치료만 잘 받으면 99%가 생존한다. 내 몸이 평소와 다르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당뇨병은 만성 질환이지만 때로는 응급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희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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