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낙인’이 ‘비만 탈출’ 방해… 의지부족 아냐!

전문가 도움 필요한 '질환' 인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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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은 세계 비만의 날이다. 과체중과 비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대한비만학회 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 ‘비만 낙인’이 만연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은 부족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월 4일은 세계 비만의 날이다. 과체중과 비만이 건강에 수많은 문제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과체중과 비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정말 그럴까? 살이 찌거나 살을 빼지 못하는 데는 유전·사회·경제적으로 복합 원인이 작용한다는 게 최신 연구의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 ‘비만 낙인’은 만연하다. 이는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나 비만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초래해 비만을 유발하거나 ‘비만탈출’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는 대한비만학회가 최근 실시한 ‘비만 인식 현황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남녀 모두 젊은 층일수록 비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느낀 비율이 높았다. 비만이 질환이라는 인식은 모든 연령층에서 낮았다.

◇여성 70% ‘비만 낙인’ 느껴

응답자 10명 중 6명(61%)이 ‘우리 사회가 비만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71%, 남성은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의 비만 낙인 경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낙인’이란 살이 많이 찐 사람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이에 따른 차별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과체중인 사람은 게으르거나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정신력과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란 질문에 △뚱뚱한 체형 때문에 눈에 쉽게 띈다(70%) △게을러 보인다(58%)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56%)는 응답이 많았다. 비만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인됐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허양임 교수(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는 “비만에 대한 심미적 요소를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이 비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의학적 치료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면서 “다이어트 실패(요요현상)는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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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가 최근 실시한 ‘비만 인식 현황 조사’ [사진=대한비만협회]

◇비만 낙인이 불러온 ‘자기 부정’… 섭식장애 vs 고도비만 치료 문턱

학회는 우리 사회에서 비만의 위험성이 편견과 차별 때문에 가려져 왔다고 본다. 다이어트(체중 감량)가 건강과 의료적 측면보다는 외모 중시 분위기로 인한 미용적 측면에서 더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와 비만 낙인은 개인의 체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상인식)을 불러오기도 한다.

정상체중임에도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고 생각해 다이어트를 반복해서 건강을 해치거나 섭식장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정상체중의 32%, 저체중의 5%가 자신을 통통하거나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도비만 환자의 절반 이상(52%)이 스스로가 고도비만임을 부정했다. 비만을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사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부정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게 하는 ‘문턱’이 돼버리는 점이다.

고도비만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합병증 여부, 비만의 중증 여부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적용한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은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행동치료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식사치료 △규칙적 운동을 통한 운동치료를 비롯해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등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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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 ‘비만 인식 현황 조사’ [사진=대한비만협회]

◇비만도 질환… “개인의지로만 해결 안 돼!”

‘비만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은 낮았다.

응답자 89%가 비만의 위험성은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단 답변은 39%에 그쳤다.  66%가 개인의 의지로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탓에 고도비만 환자 중에서도 병∙의원 이용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경험은 20%에 그쳤다. 합병증이나 폭식 등의 섭식장애가 생기고 나서야 절반 가량이 병원을 찾았다.

체중 감량을 시도한 경우에도 인식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의 69%가 다이어트를 경험했으면서도 64%는 요요현상을 겪어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39%가 요요현상의 원인을 개인의지의 부족으로 지목했다.

학회는 다이어트 실패(요요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 몸의 항상성(깨진 균형을 되찾으려는 세포의 활동 경향성)을 들었다. 체중 감량이 몸을 조금만 먹어도 살찌기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체중이 줄면 최소 1년은 배고픔과 식욕을 높이는 식욕호르몬 분비가 늘고, 체중이 줄 때 근육이 소실될 가능성이 높아 기초대사량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비만이 질병이어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고도비만 환자는 합병증 예방과 요요현상 방지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식욕·대사·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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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 ‘비만 인식 현황 조사’ [사진=대한비만협회]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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