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가락 절단 피하는 흑색종 크기는?

두께 0.8mm 안 넘으면 보존 수술 고려...환자 삶의 질 향상

흑색종이 발생한 피부 병변 모습. 두께가 0.8mm 이하면 보존적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흑색종은 피부에 생기는 암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다.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데, 연간 600명 가량의 환자가 생긴다. 서양보다 빈도는 낮은 편이지만 재발이나 내부 장기 전이 사례가 많아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다. 동양인은 손발에 잘 생기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어 모반(점)으로 간과하기 쉽다.

과거에는 흑색종이 발생한 손발톱 뼈마디 전체를 절단하는 수술을 했다. 최근에는 병변이 두껍지 않으면 해당 부위만 잘라내 손·발가락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을 한다. 어느 정도 두께까지 보존 수술을 해도 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최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오병호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피부과 이솔암 교수 연구팀은 손발톱 흑색종 두께가 0.8mm를 넘지 않으면 보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신체 기능을 살리면서 재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절단술이나 보존적 수술 치료를 받은 손발톱 흑색종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흑색종이 재발하거나 사망한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절단술을 받은 33명 중 10명(평균관찰기간 3.97년), 보존적 수술을 받은 107명의 환자에서는 23명(평균관찰기간 3.8년)이 재발하거나 사망했다.

콕스 비례위험분석을 통해 흑색종 재발 인자도 도출했다. 그 결과 흑색종의 두께, 궤양과 결절 유무 등이 재발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로 확인됐다. 흑색종의 두께가 1mm 이상이면 미만일 때보다 전이 위험도가 6.5배 높았다. 궤양과 결절이 있으면 없을 때보다 각각 5.49배, 4.05배 높았다.

연구팀은 손발톱 흑색종의 재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두께를 찾기 위해 재발 예측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계산하는 수신자판단특성곡선(ROC curve) 분석을 했다. 그 결과 0.5mm 이상(수술 기준) 두께 중에는 0.8mm에서 재발 민감도와 특이도 합(Youden index)이 0.287, 전이에서의 합이 0.395로 가장 높았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정확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민감도는 재발하는 환자를 탐지하는 능력, 특이도는 재발하지 않는 환자를 탐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분석모형에 의해 재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실제로 재발하지 않을 확률인 음성예측도에서도 재발 88%, 전이 82%로 가장 높은 결과값을 보였다.

보존적 수술의 기준을 0.5mm 미만에서 0.8mm로 완화하면 재발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절단술을 19%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병호 교수는 “무분별한 절단이 아닌 수술 가이드라인을 통한 최선의 치료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며 “더모스콥 검사를 통해 흑색종이 두꺼워지기 전 진단하고 병변 초기에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미국피부과학회지(JAAD)》 최신호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