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에만 모낭이식?… ‘흉터’ 걱정도 해결 (연구)

흉터 조직, 유전적 변화... 6개월 후 '피부 기능' 회복

영국 연구진이 피부에 남은 흉터를 모낭 이식으로 치료한 결과 흉터 없는 피부처럼 기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부에 남은 흉터를 모낭 이식으로 치료한 결과 흉터 없는 피부처럼 기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에 의하면 흉터가 있던 피부에서 새로운 세포와 혈관이 다시 생겼다. 나아가 콜라겐을 리모델링하고, 정상 피부에서 나타나는 유전자도 발현시켰다. 이렇게 되면 피부와 몸속 흉터 치료가 더 쉬워질 수 있어 장기 기능을 손상시키고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광범위한 흉터가 있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수석 저자 클레어 히긴스 박사는 “흉터가 생긴 피부는 상처를 입기 전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면서 “지금까지 흉터를 리모델링하려는 모든 노력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성숙 흉터’(더 이상 변하지 않는 오래된 흉터)에 활력을 불어넣고 건강한 피부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피부 기능 잃은 흉터, 머리카락서 희망 찾아

피부의 흉터 조직에는 털, 땀샘, 혈관, 신경이 없다. 이들은 체온 조절과 통증 및 기타 감각을 감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다. 흉터는 잠재적으로 불편함과 감정적 고통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흉터 조직과 비교해 건강한 피부는 모낭에 의해 지속적 리모델링을 겪게 된다. 털이 있는 피부는 털이 없는 피부보다 더 빨리 치유되고 흉터가 덜 생긴다. 그래서 모발 이식은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에 영감을 얻은 연구팀은 자라는 모낭을 흉터 조직에 이식하는 것이 흉터가 스스로를 리모델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두피에 흉터가 있는 연구 대상자 3명을 모집해 모낭이식 치료를 진행한 결과 6개월 후 흉터 조직이 있던 부위가 피부 기능을 회복한 사실을 확인했다. 모낭이식 직전 흉터 부위(동그라미) 주위에는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등 피부 기능이 상실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6개월 후에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등 피부 기능이 일부 회복했다. [자료=npj 재생의학 온라인판]
연구팀은 검증을 위해 스페인 그란카나리아에 있는 메디텍니아 클리닉의 모발이식 외과 의사이자 페르난도 페소아 카나리아스대 교수인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박사와 힘을 합쳤다. 이들은 2017년 지원자 3명에게 두피에 있는 ‘성숙 흉터’에 모낭을 이식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수술 후에 생기는 가장 흔한 흉터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식 직전, 이식 2, 4, 6개월 뒤 흉터에서 생체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그 결과 이식된 모낭이 건강하고 다치지 않은 피부처럼 상처의 구조와 유전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히메네스 박사는 “고소득 국가에서만 해마다 약 1억 명이 주로 수술의 결과로 흉터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흉터의 발생률은 훨씬 높고, 여기에는 화상과 외상 부상으로 형성된 흉터가 포함된다”면서 “우리의 연구는 흉터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흉터 예방을 위한 접근법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모낭, 피부의 건축가”

연구팀에 따르면 이식 후, 모낭은 계속 머리카락을 생산하고 여러 피부층에 걸쳐 회복을 유도했다. 흉터는 피부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표피를 얇아지고 취약하게 만든다. 이식 후 6개월이 됐을 때, 표피의 두께는 세포 성장 증가와 함께 두 배로 늘었고, 이는 손상되지 않은 피부와 거의 같은 두께였다.

표피층 아래 진피는 결합 조직, 혈관, 땀샘, 신경, 모낭으로 채워져 있다. 흉터의 ‘성숙’은 진피에 더 적은 수의 세포와 혈관을 남기지만, 이식 후 세포의 수는 6개월 만에 두 배가 됐고, 혈관의 수는 거의 건강한 피부 수준과 가까웠다. 이는 모낭이 새로운 세포와 흉터의 혈관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흉터는 피부의 주요 구조 단백질인 콜라겐 섬유의 밀도를 높여 흉터 조직이 건강한 조직보다 단단하게 만든다. 모발 이식은 섬유 밀도를 감소시켜 더 건강한 ‘패턴’을 형성할 수 있게 했고, 이로 인해 불편함의 주된 요인인 경직성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식 후 흉터가 719개의 유전자를 이전과 달리 표현했다는 점도 발견했다. 세포와 혈관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는 더 많이 발현된 반면 흉터 형성 과정을 촉진하는 유전자는 덜 발현됐다.

◆ ‘다각적 접근’ 통해 치료법 개발

연구팀은 어떻게 모낭이식이 이같은 변화를 촉진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참여자들의 두피에 흉터가 있었기 때문에 외관상 허용 가능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모낭 이식과 머리카락의 성장 없이도 흉터 조직을 건강한 피부로 개조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근본적 메커니즘을 밝혀낼 계획이다. 이같은 발견이 가능하면, 털이 나지 않은 피부 또는 심장마비 후 흉터가 생길 수 있는 심장 등 기관, 지방간 질환 등으로 흉터를 경험할 수 있는 간에도 실험할 수 있다.

히긴스 박사는 “흉터 조직은 모든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접근 방식은 미용적인 영역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치료법은 흉터에 기여하는 단일 요인에 초점을 맞추지만, 우리의 연구는 모낭이 흉터 조직을 리모델링하는 다양한 성장 요인을 다룬다”면서 “이는 기능 회복을 위해 흉터의 구조와 유전적 표현을 바꾸는 모발 이식 같은 치료법의 활용에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npj 재생의학 저널’에 발표됐다. 원제는 ‘Anagen hair follicles transplanted into mature human scars remodel fibrotic tissue’.

모낭이식 치료를 통한 흉터 조직의 피부기능 재생 개념도 [자료=npj 재생의학 온라인판]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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