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의 미래는 스마트 ‘땀’ 패드?

'피부 부착'만으로 채혈 없이 혈당 측정·24시간 심박 추적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이 미래의 애플워치가 될 수도 있을 건강 모니터링 기기인 ‘스마트 땀 패드’와 관련한 두드러진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일상에서 거의 신경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센서 패드를 몸에 붙여 땀에 담긴 신체 정보를 분석하고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기기(스마트 땀 패드) 개발에 성공했다.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일부러 착용하고 때때로 확인해야 하는 기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와는 차원이 다른 건강 모니터링 기기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핀융합연구단 이현정 책임연구원과 한양대 기계공학과 곽노균 교수팀의 성과다.

◆왜 땀일까?… 특히 당뇨환자에게 유용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선 땀에 담긴 정보를 측정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땀은 피만큼 중요한 신체 정보를 담고 있는 데다 측정 방식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땀의 화학 정보는 혈액 구성 성분과 상관 관계를 갖는다. 땀을 적절하게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다면 혈액 속에 들어있는 대사물질과 이온의 농도, 영양분과 같이 피를 뽑아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동일하게 얻을 수 있다. 또 땀의 양을 측정하면 수분량과 신체 활동 유지 정도도 알 수 있다.

땀을 측정하는 기기는 당뇨환자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뇨환자는 적정 수준의 혈당을 유지하는지를 일상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땀 패드를 활용한다면 하루 2~3회씩 혈당을 측정하느라 바늘로 피를 뽑으며 느꼈던 불편함과 거부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 체내 혈당 조절 기능이 망가진 상태인 당뇨환자는 잠을 자다가 저혈당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 경우 84%가량이 과도한 발한(땀 흘림)을 경험하거나 심할 경우 쇼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향후 스마트 땀 패드를 사용한다면 이런 증상을 즉시 포착해 의료기관에 알릴 수도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땀 패드 시제품의 모습과 구조, 착용 예시도. [자료=Nature Communications]
◆기존 방식 한계 개선… 상용화 앞당겨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연구진은 한 번 충전으로 24시간 이상 작동하는  ‘이벤트 기반 무선 모니터링 방식’의 기기를 제안했다. 감각뉴런이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을 응용했다. 감각뉴런은 외부자극 정보를 미세하고 짧은 전압 신호(스파이크·spike 신호)로 전송해 방대한 정보를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외부자극의 세기가 강할수록 빠른 주파수의 스파이크 신호가 만들어진다.

이 원리를 응용해 땀 정보를 스파이크 신호로 변환할 수 있는 땀 센서를 개발했다. 땀에서 중요한 건강지표(외부자극)가 발생할 때만 데이터(스파이크 신호)를 보낸다면 에너지 소비량은 물론, 데이터 저장공간과 통신 효율성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기가 땀에 젖어 측정 정확도를 낮추는 문제도 해결했다. 땀을 계속 흘리면 점차 수분 함유량이 증가하면서 화학 정보를 희석한다. 땀 센서에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원뿔 구멍이 뚫려있다. 땀이 차오르고 비워지도록 설계한 구조다. 원뿔 상단에는 가득 찬 땀을 순간적으로 제거하는 구조의 층이 설치됐고, 원뿔 구멍 내벽에는 한 쌍의 전극이 있다. 전극은 땀이 차오르고 제거되는 과정을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이 신호가 반복하면서 스파이크 신호 형태를 띠고, 이 주파수와 진폭을 분석해 땀을 배출하는 속도(땀이 나는 정도)와 땀 내 이온 성분 농도 등의 화학 정보를 파악한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해당 방식의 에너지 소비량이 기존 연속 데이터 전송 방식의 0.63%에 불과하다고 측정했다. 향후 이를 활용한다면 24시간 이상 연속 작동하는 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운동 상황에서 다양한 부위에 땀 패드를 부착해 건강정보를 측정하는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이 결과 기기를 8시간 이상 연속 작동해도 별다른 발열 효과가 없었으며, 땀이 많이 나는 격렬한 강도의 운동 상황에서도 100분 동안 땀 속 건강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연구진은 “오랜 시간 땀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 야간 저혈당 쇼크나 심장마비와 같은 급성 질환이나 건강 상태 변화의 전조증상을 감지할 수 있다”면서 “비침습(피부를 찌르거나 피를 뽑지 않음) 방식으로 장기간 착용할 수 있는 데다 만성질환 치료와 응급질환 예방에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한 디지털 건강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제안한 ‘이벤트 기반 무선 모니터링 방식’의 작동원리 묘사도 [자료=Nature Communications]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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