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밸브 잠궜나 확인 또 확인…강박증 환자 뇌엔 무슨 일이?

강박증 환자 두뇌의 피질과 선조체 백질 연결성 [사진=서울대병원]
외출 전 가스 밸브가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는 건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이 행동을 수차례 반복한다면 강박증일 수 있다. 30초면 되는 손 씻기에 5분을 할애한다거나, 물건은 무조건 짝을 맞춰 나열해야 한다면 역시 강박증에 해당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생각, 충동,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강박 행동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강박증 환자는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넘길 문제를 이렇게 불안해하며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걸까?

국내 연구진이 이를 규명하는 데 한걸음 다가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강박증 환자의 뇌 자극 치료 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김민아 교수, 박현규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은 강박증 환자의 뇌 영상을 통해 대뇌피질과 선조체를 연결하는 ‘백질의 변화’’와 ‘선조체 미세구조 손상’을 확인했다.

강박증의 핵심 뇌 신경회로는 인지 및 행동 과정에 관여하는 대뇌피질-선조체 회로다. 이 회로가 손상되면 강박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뇌피질-선조체 회로의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비정상적인 백질 연결성과 선조체 미세구조 이상이라는 게 가설이지만, 이에 대한 메커니즘은 그간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밝히기 위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강박증 환자 107명, 건강한 대조군 110명을 대상으로 백질 연결성과 선조체 미세구조를 살폈다.

우선 MRI 확산텐서영상(DTI)을 이용해 대뇌피질과 선조체를 연결하는 뇌 백질 회로를 재현하고 각 회로의 백질 연결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강박증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안와전두엽과의 연결성은 감소한 반면, 운동 피질 및 두정엽과의 연결성은 증가했다. 비정상적인 백실 연결성이 강박증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확산첨도영상(DKI)을 이용해 선조체 미세구조의 변화도 관찰했다. 그 결과, 강박증 환자는 운동 피질 및 두정엽과 연결된 선조체의 미세구조가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건강한 대조군 대비 선조체 영역의 신경 세포나 조직이 손상됐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강박증 환자의 선조체 하위 영역에서 피질-선조체 백질 연결 이상과 미세구조 변화를 식별한 최초 연구다. 강박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뇌 신경회로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있다.

권준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강박증 연구에서 가설로 제안된 신경 메커니즘을 증명한 중요한 결과”라며 “신경조절술 등 강박증 환자의 뇌를 직접 자극하는 치료 시 정확한 표적 영역을 제시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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