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감퇴 막아주는 생명수가 있다?

뇌척수액(CSF)에 기억을 젊게 유지해주는 비밀이 담겼음을 알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 왜 기억력이 감소하는가 하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 그들은 그에 대한 단초를 발견했다. 뇌에서 생성돼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무색투명한 액체인 뇌척수액(CSF)에 기억을 젊게 유지해주는 비밀이 담겼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젊은 생쥐의 뇌척수액을 나이 든 생쥐의 뇌에 주입하자 기억 기능이 향상됐다는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뇌척수액은 중추신경계의 혈장이라고 할 수 있다. 뇌와 척수를 완충하고 정상적인 뇌 발달에 필수적인 필수 이온과 영양소의 수프이다. 의사들은 이를 뇌 건강의 지표이자 신경 질환의 생체 지표로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포유류가 나이가 들면 뇌척수액의 생명력도 시들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뇌 속의 기억 관련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신경과학)인 탈 아이람은 밝혔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그는 “만일 기억세포들을 젊은 뇌척수액에 다시 노출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라고 밝혔다.

그 첫 단계는 늙은 생쥐에게 기억을 심는 작업이었다. 실험실 생쥐는 보통 2년여를 생존한다. 연구진은 20개월 된 생쥐들을 예닐곱 차례의 섬광과 소음에 노출시킨 뒤 발에 3번의 작은 전기충격을 가했다. 섬광과 소음이 발생하면 충격적 일이 벌어질 것임을 기억케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나서 10주 된 젊은 생쥐들에게서 추출한 뇌척수액을 8마리의 늙은 생쥐에 주입했다. 10마리의 대조군에겐 인공 뇌척수액을 주입했다.

3주 뒤 이들 늙은 생쥐를 다시 빛과 소리에 노출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앗다.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받은 생쥐는 거의 40%가 과거의 전기충격을 기억하고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다. 반면 인공 뇌척수액을 받은 생쥐는 약 18%만이 그 충격을 기억했다. 젊은 뇌척수액이 노화된 뇌 능력의 감소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토니 와이스-코레이 스탠포드대 교수(신경과학)는 “나이가 들어도 뇌가 여전히 유연하고 기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좀 더 폭넓은 해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젊은 생쥐의 혈장이 나이든 생쥐의 기억기능 회복을 도와줄 수 있다는 와이스-코레이 교수의 기존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와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알카헤스트가 손잡고 세운 스타트업체는 자사가 생산한 혈장을 이용해 생쥐와 치매환자에 대한 소규모 실험을 수행하며 혈장을 이용한 기억력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뇌척수액의 특정 단백질이 뇌 기능을 유지하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간 뇌의 기억 조절의 중추는 해마다 기억을 만들고, 유지하고, 떠올리게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젊은 뇌척수액이 어떻게 노화된 쥐의 기억 기능을 향상시켰는지 이해하기 위해 해마를 닮은 쥐의 뇌구조체를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젊은 뇌척수액이 희소돌기신경교(oligodendrocyte)라고 불리는 신경세포와 관련된 유전자를 증가시킴을 발견했다.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희소돌기신경교가 뉴런의 꼬리 주변의 수초를 생성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뇌의 전선을 감싸는 플라스틱 피복”과 같다고 말했다. 그 피복은 전선의 절연체와 마찬가지로 전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뇌척수액은 희소돌기신경교 전구세포로 알려진 초기 단계의 희소돌기신경교를 더 많이 생성하도록 돕는다. 신경 연결을 절연하는 더 많은 세포를 생성하는 것은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뇌척수액에서 섬유아세포 성장인자17(Fgf17)라는 단백질을 분리했다. Fgf17만 주입해도 뇌척수액 주입과 유사한 기억력 회복 효과를 나타냈다. 게다가, 쥐에게 Fgf17의 기능을 차단하는 항체를 투여하자 쥐의 기억력이 손상됐다. 연구진은 Fgf17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특허를 신청한 상황이다.

아이람 연구원이 뇌척수액을 수집하고 그것을 다른 뇌에 주입하는 과정을 완성하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그만큼 혈액 오염 없이 뇌척수액을 수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정밀한 작업을 요구한다. 뇌에선 뇌압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섬세하게 이뤄져야 하고 뇌 속에서도 뇌실만을 겨냥해야 한다.

미국 벅 노화연구소의 줄리 안데르센 박사는 이 섬세한 시술이 사람에게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미국 보스턴 아동 병원의 신경 생물학자인 마리아 레티넨 박사도 사람의 뇌척수액을 추출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전혀 새로운 처치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영감을 얻게 됐다”고 희망 찬 전망을 내놨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72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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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대박이

    과학자들의 노력에 감사드리고
    좋은 결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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