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슈퍼박테리아 온상 될 수 있다” (연구)

돼지가 슈퍼박테리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돼지농장의 항생제 남용으로 돼지가 슈퍼박테리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23일~26일(이하 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고 있는 ‘2022년 유럽임상미생물학‧전염병학회(ECCMID)’에서 발표된 덴마크 연구진의 발표결과를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24일 보도한 내용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도르트 프리스 교수, 세미흐 베자우이 박사와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의 쇠렌 페르손 박사로 이뤄진 연구진은 “농장의 돼지에서 나온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oides difficile‧이하 C디피실)균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내성균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자우이 박사는 “우리의 발견은 C디피실이 동물과 사람 사이에 교환될 수 있는 항균 저항 유전자의 저장고라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또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동물농장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내성 사슬의 연관성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C디피실은 현재 사용 중인 항생제 중 3종을 제외하고 모두 내성이 있어 선진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슈퍼 박테리아로 분류된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장염이 유발되며 고령자나 입원 환자에게 치명적인 설사를 유발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7년 C디피실균에 22만3900명이 감염돼 1만2800명이 사망했으며, 10억 달러 이상의 의료비가 들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0~2021년 덴마크 농장 14곳과 도축장에서 돼지 분변 시료 514개를 채집했다. 돼지 시료 514개 중 54개에서 C디피실균이 검출됐다. 도축된 돼지보다 암퇘지와 새끼돼지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어린 돼지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C디피실균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같은 시기 C디피실균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에게서 채집한 시료 934개와 이 돼지 시료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돼지에서 발견된 C디피실균의 유전자형 13종이 입원환자의 분변 시료에서도 모두 발견됐다. 그중 ST11형이 가장 많고 비슷했다. 돼지 시료 21개와 사람 시료 270개에서 ST11형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중 16건은 사람과 돼지의 C디피실균 유전자형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베자우이 박사는 “돼지에게서 분리된 변이가 같은 기간 동안 사람에게서 발견된 변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항생제를 사용하는 농장들이 저항성 균주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감염시킬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려되는 것은 C디피실이 항생제의 하나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에 대한 내성을 전달하는 유전자를 대거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에게도 이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사소한 감염에도 항생제를 남용하면 나중에는 약이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의 번성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농장에서 가축을 밀집 사육하면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이 이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암통제연합은 매년 전 세계에서 75만 명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하고 있으며 지금 추세라면 2050년까지 그 희생자가 1000만 명에 달하고 그에 대한 의료비가 100억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해당 발표문의 보도자료는 다음 링크(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95055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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