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의료 종사자, 도덕적 상처도 심해(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 종사자들은 전쟁 지역의 군인과 비슷한 속도로 도덕적 외상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교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종사자들은 혹사를 당하면서 번아웃(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이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상처(moral injury)’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 상처는 사람들이 그들의 도덕적 신념을 위반하는 행위를 야기하거나, 목격하거나, 예방하지 못했을 때 입는 피해를 말한다. 도덕적 상처라는 용어는 10여 년 전, 전투 경험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참전용사들에게 처음 적용됐는데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나타내는 불안, 악몽 등과는 구별된다.

연구팀은 의료 종사자와 전투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군인 사이의 도덕적 상처 유형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팬데믹 기간 중 일을 한 의료 종사자 2001명과 2001년 9월11일 이후 전투 지역에 배치됐던 618명의 참전 용사들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전반적으로 두 그룹의 도덕적 상처의 보고 지표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의 부도덕한 행위를 목격해서 곤란하다’는 말에 동의했다. 참전 용사는 46%였다.

한편 의료 종사자의 18%와 군인의 24%는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위반함으로써 혼란을 겪었다고 답했다.연구팀의 제이슨 니우스마 박사는 “이는 잠재적인 도덕적 상처의 신호”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시점에서 도덕적 상처로 정의할 수 있는 시작점은 없으며, 연구 대상자들이 그들의 경험에 의해 어느 정도 손상을 입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광범위한 패턴을 찾아냈다. 즉, 잠재적 도덕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다른 연구 참가자들에 비해 더 많은 우울증 증상과 더 낮은 삶의 질을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니우스마 박사는 “도덕적 상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는 다른 것”이라며 “그것은 죄책감, 수치심, 정체성 상실, 고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지휘권을 가진 인사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덕적 상처라는 것은 진단되는 것이 아니다”며 “시스템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도덕적 상처를 정신 질환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많은 의료 종사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을 위해 종사자들에게 함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대중들은 의료 종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타냄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Patterns of Potential Moral Injury in Post-9/11 Combat Veterans and COVID-19 Healthcare Workers)는 《저널 오브 제너럴 인터널 메디슨(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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