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률 쑥쑥 올리는 2가지 이유

[허윤정의 의료세상]

[사진=ST.art/gettyimagebank]
백신 접종률이 13%를 넘겼다. 2월 26일 접종 시작 97일 만에 67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6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사람은 직계가족 모임에 인원 제한 없이 참석할 수 있다. 또 요양병원·요양시설의 환자나 면회객 중 한쪽만 접종이 완료되면 면회가 가능하다. 백신을 접종한 어르신들은 경로당 이용도 가능해졌다. 접종을 한 사람들에게 공연장 입장료 할인이나 이용권도 제공한다. 정부와 민간 모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백신 인센티브 효과가 영향을 미쳤을까? 6월 1일 0시부터 시작된 얀센 백신 100만 명분 예약이 경쟁률 4.1대1로 18시간 만에 완료됐다. 아파트 청약 경쟁을 보는 듯하다. 얀센 백신 ‘완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예비군과 민방위, 군 관계자 등 371만 명을 대상으로 11일까지 예약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18시간 만에 90만 명 예약분이 완료됐다. 얀센 백신은 1병당 접종 인원이 5명으로, 37명이 예약해도 40명분(8병)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약은 만 30세 이상 예비군, 민방위 등 군 관련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얀센은 2회 접종이 필요한 다른 백신들과 달리 1회 접종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7월부터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로 5인 이상 집합금지에서 벗어난다. SNS에서도 얀센 접종 예약의 치열한 ‘광클’ 전쟁이 벌어진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얀센 고시’라 불렀다. 예약에 성공한 사람들은 “얀센 고시에 합격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약 완료 사진을 신속하게 인증했다. ‘얼른 마스크 벗고 싶다’ 등등 인증 샷이 게시되고 있다. 백신 예약도 경쟁 분위기 속에서 높아지는 것일까? 백신 접종 이후 해방감을 접종 예약만으로도 미리 느끼는 게시물의 공유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선한 영향력으로 지속되길 기대한다.

경쟁적으로 단시간에 완료된 얀센 완판에는 백신 인센티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요양시설 등 1만4500여 곳의 종사자들이 의무적으로 받던 주기적 선제검사도 접종자는 받지 않아도 된다. 7월부터 1회 접종자는 공원과 등산로 등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접종 완료자는 인원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소모임이나 명절모임 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1회 이상 접종자는 정규예배나 미사, 법회 등 대면 종교 활동의 참여 인원 기준에서도 제외된다. 식당과 카페를 이용할 때 1차 접종자는 실외 공간 기준인원에서 제외되며, 접종 완료자는 인원 제한에 들어가지 않는다. 10월부터는 병원과 요양시설 외에는 일상을 회복하고 12월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완화도 검토될 예정이라니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노쇼 백신의 치열한 예약 경쟁과 얀센 백신의 4대 1의 경쟁률, 조기 완판 신기록이 갱신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도쿄 고가네이(小金井)의 백신접종 보도를 떠올렸다.

“동네 의사들 풀가동, 백신접종의 ‘고가네이 메소드’”라고 소개된 일본 도쿄 고가네이(小金井)는 65세 이상 고령자 백신 접종률이 32%를 기록, 전국 평균 6%(5월 25일 현재)보다 훨씬 높았다는 내용이다.

고가네이에서는 집단접종 장소의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고 평소에 마을 주치의와 고령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개별접종 장소에서 백신을 접종한 ‘유연한 사고’가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고가네이는 신속한 접종으로 고령자 시설 종사자들의 접종 계획을 빨리 실시하려고 백신을 추가 요청하니, 도쿄도가 “각 기초지역단체가 발을 맞추어 비슷한 속도와 수준으로 접종하길 바란다면서 백신을 안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도쿄도의 행태는 일본사회에 만연한 퇴행적 요소인 동조압력(同調圧力)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동조압력은 ‘인내’가 요구되며, 접종 속도가 느리더라도 참아내면서 다 같이 매뉴얼을 따르자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2일 기준 일본의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은 11.07%다. 일본보다 접종을 10일 늦게 시작한 한국의 접종률은 13.1%다. 일본 언론에서 한국의 ‘잔여백신 어플’을 주목하는 이유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잔여 백신을 매칭하고 백신 개봉기준을 완화한 것도 접종률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현장과 소통하며 유연하게 기준을 진화시킨 성과라 할 것이다. 백신의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욕이 지나친 지자체의 우려스러운 뉴스도 있다.

방역 당국의 백신 접종률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백신 도입 뉴스로 방역의 혼란이 가중됐다. 대구시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3000여만 명분을 독자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지난 5월 31일 보도와 관련해 화이자측이 “어떤 단체에도 한국에 화이자 백신을 수입하도록 승인한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화이자제약은 6월 1일 “팬데믹 상황에서 화이자는 전 세계적으로 각국의 중앙정부와 초국가 국제기관에만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도 백신은 중앙정부나 WHO 등의 국제기구에만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별도의 백신 도입 추진을 발표하여 혼란을 자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효율적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의 달성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유례없이 경험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게 되는 시작이자 뉴노멀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해 국민적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나서 무책임한 희망 고문을 추가하거나 방역에 혼란을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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