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만 두고 싶다”…흔한 번아웃 증후군 4

[사진=VectorStory/gettyimagesbank]
하루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총량의 법칙을 따른다. 오전과 오후 시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 저녁에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탈진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다.

그 정도가 심하면 ‘번아웃 증후군’이라 한다.

모바일 메신저 등이 발달하면서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졌다. 쉬어야할 시간에 업무 관련 연락을 받는 등 소진한 에너지를 다시 채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것.

올해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이러한 경계가 더욱 무너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녁 시간 업무 관련 연락을 받는데 단 1분의 시간이 들었다고 해서 1분만큼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연락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이 지속되면서 거의 하루 종일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에너지는 지속적으로 고갈된다.

요즘 사람들이 ‘노력이 부족해’라는 꼰대 발언을 비웃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무시하고 에너지를 태우기만 한다면? 결국 남는 건 재다.

◆ 번아웃, 우울증과는 달라

번아웃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감정적, 신체적 탈진에 이른 상태다. 업무에 압도되거나 지속적인 요구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번아웃이 발생한다.

우울증과는 차이가 있다. 우울증도 다양한 양상을 보이지만, 만성적으로 슬픈 감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번아웃은 슬픈 감정이 동반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극도의 피로감으로 의욕이 사라지고 즐거운 일이 줄어드는 감정 상태를 주로 보인다.

또한, 우울증은 인생 전반과 연관돼 나타나는 반면, 번아웃은 인생의 한두 가지 영역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심리치료사인 제니퍼 톰코에 따르면 우울증은 희망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반면, 번아웃은 특정 업무나 역할로 인해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 즐거움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번아웃 상태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높은 피로도, 짜증, 불안, 회피, 중압감, 동기 부족, 영감 부족, 목표 상실, 비관적 혹은 냉소적인 상태, 잠들기 어려움, 집중하기 어려움, 침체된 기분, 자동조정모드처럼 반복하는 활동, 단순 작업조차 벅참 등에서 상당 부분 해당한다면 번아웃일 수 있다.

◆ 가장 흔한 번아웃 유형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번아웃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일단, 업무 번아웃이다. 이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10명 중 9명에게 나타난다. 특히 자신의 가치를 일과 밀접하게 연관 짓는 사람일수록 이 번아웃 증후군의 위험이 높다. 이러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일을 그만두고 싶거나,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 탓을 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 다음은 신체적 번아웃이다. 이는 주로 육체를 사용하는 일이 많은 노동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나타난다. 몸이 쉴 수 있는 시간 혹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나타난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거나, 예전보다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고, 전반적으로 피로도가 증가하며, 신체활동 중 쉽게 부상을 입는다면 신체적 번아웃일 수 있다.

양육 번아웃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부모의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녹초가 되면 번아웃에 이르게 된다. 아이에게 자주 소리를 치게 된다거나, 필요 이상의 낮잠이 필요하거나, 가족과 떨어져있는 시간을 자주 상상하게 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면 양육 번아웃 탓일 수 있다.

관계 번아웃도 있다. 이는 연인 관계를 비롯한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자꾸 하게 되거나, 혐오감이 들거나, 즐거운 일을 할 때 상대방이 빠졌으면 하는 생각 등이 든다면 관계 번아웃일 가능성이 있다.

◆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유형의 번아웃은 이를 촉발하는 원인이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어하기 어렵고, 인생의 밸런스가 맞지 않을 때 주로 나타난다. 즉 일이 과중된다거나, 하루 일과가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친다거나,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대인관계에 있어 배려가 없을 때 등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일상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베이스를 따르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다. 건강하게 먹고, 귀찮더라도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건강을 단련해야 스트레스를 보다 잘 대처할 수 있고, 감정 조절을 하는데도 유리하다. 운동을 할 의욕이 도저히 안 난다면 가볍게 걷는 산책도 좋다.

그 다음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모든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기보다 깎아내리거나 직접적으로 비방하거나 에둘러 기분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 전부 ‘내 사람 목록’에서 빼고 적당히 듣고 할 수 있을 만큼만 대처하면 된다. 어차피 평생 갈 관계가 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흥미로운 일이 없고, 항상 의욕이 부족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상태가 만성적으로 반복된다면 주변 사람들 혹은 정신과 전문의 등과 상담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번아웃은 나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의욕적으로 살아온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방치하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사소한 일로 넘기지 않도록 한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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