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암 환자의 소망 “해외여행 가봤으면…”

[암 환자는 내 곁에 있다 ②] 또봄, 2030 암 생존자 여행을 꾸리다

[사진=Jaromir Chalabala/shutterstock]
“옆집 아저씨, 암이래요.” 누군가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죽음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암 환자 생존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5년 암 환자의 5년 내 상대생존율은 70.7%에 달한다. 암 환자 3명 중 2명이 생존해 일반인과 살아간다는 뜻이다.

암 수술을 받고 암을 만성 질환처럼 관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일상은 어떨까. ‘코메디닷컴’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새 삶을 기획중인 암 생존자와 이들을 돕는 전문가를 만났다. 암 생존자 161만 시대, 내 곁의 암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들어 봤다.

암 환자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당연히 대답은 ‘그렇다’다. 담당 의사와 상의 후 자신의 현재 상태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일정을 짜면 된다.

말은 쉬우나 현실은 어렵다. 병이 호전된 후라도 이전과 달라진 체력과 재발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괜찮겠어?”라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도 따라붙는다. 암 환자가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지만, 암 환자가 쉬러 가는 여행이 아닌 즐기는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2030 암 환자를 위한 커뮤니티 ‘당신을 또 봅니다(또봄)’는 젊은 암 환자를 위한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한다. 여행을 매개로 암을 극복한 사람과 아직 암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을 연결해준다. 또봄 공동 대표인 이정훈 씨는 “2030 암 환자를 치유하고 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30대에 찾아온 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꿈꾸다

3년 전(2015년) 여름,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었던 이정훈 씨는 돌연 혈액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혈액암 말기는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평소 여행을 즐겨 다니던 이 씨는 병이 나으면 다시 해외여행을 가리라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1년 뒤 출발하는 크루즈 여행권을 끊었다.

“막상 표를 끊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여행을 다녀야 할지 몰랐어요. 몸에 얼마나 부담이 될지 자신할 수도 없었고요.” 이정훈 씨는 국내 지방, 제주도로 조금씩 여행 범위를 넓혀 갔다. 한적한 시골은 몸은 편했으나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준비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다.

2017년 1월, 상태가 호전된 이정훈 씨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0일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버킷북을 만들기 위한 사진을 가득 담았다. 이 씨의 여행버킷북은 2030 암 환자를 위한 여행 프로젝트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젊은 암 생존자, 여행으로 연결된 새 인연

왜 하필 여행일까? 우리는 흔히 암이라는 단어에 비싼 진료비, 항암 치료의 고통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젊은 암 환자에게 필요한 건 치료비나 상담과 같은 좀 더 실질적인 지원은 아닐까. 이정훈 씨는 이에 대해 “동년배 암 환자에게 ‘완치 후 해외여행’이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정훈 씨는 “요양과 휴식을 선호하는 40대 이상 암 환자와 달리 개인적으로 알게 된 20~30대 암 환자 대부분은 완치 후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젊을 때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에 붙잡혀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던 친구, 전역 직후 암 선고를 받아 미처 여행을 갈 시간조차 없었던 친구 등 사연도 다양했다.

“가끔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겠나’하는 마음에 무리한 계획을 짜는 친구들도 봤어요.” 이정훈 씨는 ‘완치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암 환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행 파트너, 서포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봄의 첫 여행은 지난 8월 암 극복자와 서포터즈가 함께한 태국 치앙마이 여행이었다. 또래 암 극복자 4명은 암을 겪고 극복했다는 경험 하나로 끈끈하게 뭉쳤다. 암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부담도 한결 내려놓았다.

아직 투병 중인 암 환자를 위한 여행도 기획했다. 30대 암 환자이자 또봄 커뮤니티의 일원인 한 멤버가 직접 강원도 힐링 여행 코스를 짠 것. 열 명 남짓한 젊은 암 경험자들은 여느 청년들처럼 추억을 쌓은 한편, 맘 편히 털어놓기 어려웠던 투병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동료를 만났다.

24만 젊은 암 환자는 대체 어디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새로 암 판정을 받은 20~30대 암 환자는 1만5028명, 전체의 7%를 차지한다. 10년 전인 2005년(1만2195명, 전체 8.29%)과 비교해도 발생률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누적된 24만 명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는 “조기 진단, 암 생존율 증가로 인해 젊은 암 생존자의 수가 누적되고 있다”라며 “젊은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씨는 2030 암 환자의 존재가 빙산의 일각처럼 묻혀 있다고 표현했다. 이 씨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암과 죽음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심지어 암을 경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평소 생활을 문제 삼거나 가족력을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따가운 사회적 시선에 젊은 암 환자는 하나둘 자신의 존재를 지우며 사라져 갔다.

이정훈 씨는 “아직 살날이 많이 남은 젊은 암 환자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하면 더 잘, 더 즐겁게 살 수 있을지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또봄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암 환자의 사회 복귀, 재활 방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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