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진, 실제 얼굴과 구분 어렵다

신분증에 담긴 낯선 사람의 얼굴과 실제 얼굴을 비교할 때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다른 사람인지 구분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출입국 관리자나 검문 경찰에겐 안타까운 소식일 수 있겠다.

두 사람의 얼굴을 비교하는 실험은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 왔다. 대체로 얼굴만 담긴 두 장의 사진을 놓고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드물게는 전신사진이 이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신분증처럼 일정한 형식을 갖춘 프레임 안에 담긴 사진을 이용한 실험은 지금까지 없었다.

현실에서 사진과 얼굴을 매치시키는 일은 신분증에 담긴 사진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이 같은 실험이 기존 실험보다 실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운전자에게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출입국심사를 받는 여행객에게 여권을 요구하는 등의 상황이 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술이나 담배를 살 때도 마찬가지로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얼굴 사진이 신분증 안에 담겨있다는 맥락이 형성되면 얼굴을 분별하는데 좀 더 어려움이 생긴다. 신분증에 담긴 신상처럼 추가적으로 제공된 정보가 얼굴을 판단하는데 오류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응용인지심리학(Applied Cognitive Psychology)저널에 이 같은 논문을 발표한 영국 요크대학교 연구팀이 성인 실험참가자 80명을 대상으로 두 장의 얼굴 사진을 비교해보도록 한 실험 결과다.

실험에 사용된 사진 중 일부는 여권 사진을 이용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얼굴만 담긴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할 때보다 여권 사진과 또 다른 한 장의 얼굴 사진을 비교할 때 좀 더 분별해내기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분증이라는 프레임 안에 사진이 놓이면 신상정보를 함께 살피게 되는데, 이처럼 또 다른 정보에 시선이 분산되면서 얼굴을 분별하는데 실수가 잦아진다는 설명이다.

추가적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들이 얼굴을 비교하는 동시에 여권 속 정보도 일치하는지 함께 파악하도록 하는 과제를 주었다. 여권 속에 기록된 성별과 연령 등이 실제 여권 주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지 살피라는 것이다.

실험 결과, 얼굴과 신상정보를 동시에 살피는 과제는 실험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수행능력을 모두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태스킹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두 가지 이상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이 업무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은 앞서 이미 선행 연구자들에 의해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실험에서는 사진 속 얼굴을 비교하면서 신분증 속 신상정보까지 파악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이 얼굴 분별을 어렵게 만들었단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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