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꿀 때의 비명, 다른 사람은 못 듣는다

 

심박동수가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난 상태에서 잠을 깰 때가 있다. 바로 악몽을 꿀 때가 그렇다. 만약 악몽을 꾸는 일이 잦다면 수면장애가 원인일 수 있지만 사실상 누구나 종종 악몽을 꾼다. 그렇다면 악몽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악몽을 꾸는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악몽을 촉발하는 요인에 대해 과학자들끼리 명확히 합의한 내용은 없으나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선 잠들기 전 너무 맵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악몽을 꿀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침대에 눕기 전 공포영화를 보는 등 불쾌한 경험을 해도 나쁜 꿈을 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 꿈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소한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자적 해석이 어렵다= 일부 학자들은 악몽이 대부분 불안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불안감이 악몽을 자꾸 유발하는지 문자 그대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연구팀이 9/11 테러 이후 진행한 소규모 실험에 따르면 국가 전반적으로 트라우마 수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고, 더불어 악몽을 꾸는 빈도수도 늘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꿈속에서 세계무역센터가 등장한다거나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 빌딩이 무너지는 상황 등이 등장한 케이스는 드물었다. 꿈의 내용을 그대로 해석해서는 악몽의 원인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은 내 비명을 못 듣는다= 악몽을 꾸는 동안 꿈속에서 크게 비명을 지를 때가 있다. 이처럼 큰 소리가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았을까 염려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상 꿈을 꾸는 동안 크게 소리 지를 수 없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꿈꾸는 수면단계를 렘(REM)수면이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눈과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을 제외한 모든 근육이 마비상태에 있게 된다. 따라서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악몽을 꾼 뒤 소리를 지른다면 이는 이미 잠에서 깨어난 상태다. 악몽이 유독 생생한 이유는 이처럼 꿈을 꾼 직후 곧바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성이 악몽을 더 자주 꾼다= 미국 비콘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악몽을 꾸는 일이 잦다. 이는 곧 여성의 불안감 수치가 더 높다는 의미다. 악몽은 걱정과 불안을 반영한 거울이기 때문이다.

단 남성은 여성보다 꿈의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담담한 척 하는 사례가 많아 실질적으로 여성이 악몽을 더 자주 꾼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여성에게는 공포스러운 꿈이 남성에게는 단지 괴상하고 기이한 꿈일 수도 있다.

악몽은 현실을 반영한다=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주된 이론은 우리 뇌가 현재의 감정 상태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꿈을 꾼다고 보고 있다.

악몽은 우리 뇌가 두려운 감정, 즉 무서운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준비과정이라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 창문을 부수고 집으로 침입하는 꿈을 꿨다면 이는 실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느낄 두려움을 완화하는 훈련이라는 설명이다. ‘수면저널(Journal Sleep)’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나 막 아기를 출산한 여성은 태아나 신생아와 연관된 악몽을 자주 꾼다.

악몽도 통제가 가능하다= 루시드드림이라고도 불리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자는 동안 본인의 의지대로 꿈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악몽에도 자각몽이 적용된다. 자각몽은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사람에게 잦은 악몽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악몽보다 두려운 상태도 있다= 잠을 자다가 눈을 크게 뜬 상태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공황상태를 보이는 것을 ‘야경증’이라고 한다. 주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때 부모가 아이를 진정시키려 해도 무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아이는 정신을 차린 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부분 성장과정에서 사라지지만 증상이 잦다면 상담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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