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나쁠 것 없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대한민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패닉 상태이다. 다행히 감염된 후 완치판명을 받은 사람이 하나 둘 나오면서 불안감이 조금은 가라 앉는 듯하지만, 동시에 감염자와 사망자 또한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심하기란 아직 이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정부의 순발력 없는 늦장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로 인해 국민들은 세월호 사건의 트라우마가 가시기도 전에 정부에 대한 불신만 한 수위 더 높아졌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병에 대한 필요이상의 공포감이 조성됐고, 경제전반에 걸친 불황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메르스의 전염과 확산 양상을 이야기하고 대비시켰다면 지금의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록 메르스에 대한 불안이야 여전하겠지만 정부에 대한 원망보다는 국민들 스스로가 주의하고 대비하는 분위기가 일찌감치 조성됐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국민의 알 권리가 제때 받아들여지지 못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 스스로가 골든타임에 전염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기회를 박탈당한 격이다. 전염력이 강한 독감 유행과 흡사한 양상을 보임에도 메르스는 어느새 에이즈와 같은 혐오 전염병이 돼 버렸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즉,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주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된다는 뜻이다.

의료서비스 역시 알아야 할 권리가 강력히 지켜져야 하는 서비스업이다.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환자의 권리 중 질병의 상태, 치료행위의 목적, 방법, 내용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치료방법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것이 환자의 알 권리에 해당된다.

환자에게 있어서 의사의 설명이란, 진료나 치료가 왜 필요한가 보다 그에 따른 불편과 어떠한 부작용이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야 하는데 더 큰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환자는 의사로부터 설명된 내용을 토대로 치료와 수술을 선택하고 결과가 좋던 나쁘던 간에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잉진료가 이슈화됨에 따라 최근 들어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수술을 권하고 강요하는 의사들의 비 양심적인 진료행태가 거론되고 있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갑상선을 제거한 환자는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하고, 자궁을 적출한 환자는 요실금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알 권리가 소홀히 다뤄져 추후 부작용으로 환자가 힘든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원망의 화살은 오롯이 의사에게로 꽂힐 수 밖에 없다. 의사는 환자를 평생 건강하게 할 수도 있지만 평생 불편하게 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알아야 할 모든 사항을 설명하고 이해 시키는 것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의료진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원초적인 정보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정에서도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의사나 병원 측에 엄격히 묻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두고 정부가 좀더 솔직하게 나왔더라면 감염자도 피해병원도 적었을 것이며 메르스를 대하는 국민도 이렇게 호들갑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일은 알고서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것과는 받아들이는 마음도 대처방안도 크게 달라진다. ‘알아서 좋을 것 없다’는 옛말은 ‘알아서 나쁠 것 없다’라는 말로 수정되어야 할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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