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비 급증… 신약 쉽게 쓸 수 있어야”

국내 사망률 1위인 질병은 암이다. 한해 7만여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고, 20만명 넘는 암환자가 새로 생기고 있다. 정부가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세워 암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음에도 암환자들의 체감지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암학회 학술위원장인 김열홍 고려대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암협회 노동영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암 정책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암 급여가 치료 근거 보다 보험재정으로 부담할 수 있느냐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어 문제”라며 “환자의 경제적 부담 능력과 필수 표준치료 범위에 따른 종합적인 급여정책을 통해 신약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005년 1조원대였던 암 진료비는 2012년에 4조원을 넘어서며 급격히 증가했지만, 항암제 비용은 6천억원으로 증가폭이 완만하다. 혁신적인 항암제가 출시돼도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비급여로 묶여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증가율은 건강보험 증가율을 2배 정도 앞서는 추세여서 본인부담률 경감에 대한 환자들의 체감지수는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암 치료를 위한 의료비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암 환자의 5년 후 생존율이 향상되면서 장기 생존환자가 늘어 암 환자에 누적되는 추세”라며 “이는 의료비 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막대하다. 확진을 위한 MRI와 심초음파 검사, 암 절제술, 방사선치료, 표적항암제 등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활용한 집중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암 환자의 본인 부담에 평생 분담률을 반영하고 개인별 분담률을 다양화할 것”을 주장했다. 필수치료의 경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상한선을 두되 경제적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선택적 치료의 경우 누적부담액과 의학적 근거 정도에 따라 분담률에 차등을 두자는 것이다. 그는 또 “비급여 항목을 줄이고 다학제간 통합진료팀을 구성해 운영할 경우 비인가 약품의 사용도 인정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험분담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험분담제는 보험자와 제약사 사이에 이뤄지는 계약으로, 신약의 효능이나 효과, 재정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회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다. 대체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지난 3월부터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인 ‘얼비툭스주’,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인 ‘레블리미드캡슐’, 급성 림프구성 소아 백혈병 치료제인 ‘에볼트라주’ 등이 새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됐다.

이의경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장은 “항암제의 경우 병용요법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고 치료법이 없는 암에 대한 신약일 경우 비용효과성을 평가할 비교대안을 선정하기 어렵다”며 “위험분담제가 신약의 제도권 진입 접근성을 높여 세계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항암신약에 대한 위험분담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면서 오는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계획에 따라 기존 항암제의 보험급여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선영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미 보험급여 대상인 항암제제의 본인 전액부담 적응증 부분에 대해 보헙급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특히 항암신약의 보험급여 등재가 정부의 의지만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 보험급여 항암제의 급여범위 확대가 체계적인 추진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암환자들은 신약을 단순히 비용의 문제로 보지 말아달라고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장은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며 “암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 정도와 사회적 비용 절감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곽 회장은 또 “암환자 산정특례에서도 비급여약은 제외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신약에 대해서도 보험 혜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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