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환자? 당뇨병만큼 흔하고 위험한 COPD

국내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당뇨와 비슷한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지만,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받는 COPD 환자는 매우 적은 것으로 지적됐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용범 교수는 18일 새빛섬에서 열린 GSK미디어스쿨에서 “COPD 증상 보유자는 많지만, 인지도가 매우 낮다”며 “조기 COPD 환자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COPD 유병률은 40세 이상에서 13.4%에 이른다. 그러나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COPD 환자는 2.4%,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는 2.1%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COPD 환자의 94%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기 COPD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조기진단이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기적인 폐기능검사를 통한 조기 COPD 환자의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박 교수는 “국내 역학조사를 보면 40세 이상, 10갑년(하루에 한 갑씩 10년 흡연) 이상에서 COPD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흡연력이 있고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를 호소하는 40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기능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조기 COPD 환자 발견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COPD는 폐활량측정법을 통해 기류제한을 확인한다. 보통 정확한 진단을 위해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한 뒤 폐활량을 측정한다. 국내에서는 1초간 호기량이 정상치의 60% 이상인지, 미만인지를 따져 치료 약제를 선택한다. 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GOLD)의 가이드라인에서는 50%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환자 상태를 4단계로 분류한 GOLD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국내에서는 환자군을 3단계로 나누고 있다. 폐활량 60% 이상으로 COPD 위험이 낮으면서 호흡곤란과 삶의 질 등 증상이 가벼운 가군과 위험은 낮으면서 증상이 심한 나군, 위험이 높은 다군으로 나눠 평가한다.

박 교수는 “호흡기증상이 일상적인 변화 정도를 벗어나서 약제를 추가해야 할 정도로 나빠지는 급성악화는 폐암 예후와 비슷하다”며 “연2회 이상 또는 입원할 정도로 심한 급성악화가 한차례라도 있었다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전체 기류제한 환자의 25%가 ACOS증후군을 겪고 있다”며 “천식과 COPD 증상을 모두 갖고 있는 ACOS증후군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삶의 질이 더 나쁘고, 잦은 악화를 경험해 사망률이 높다”고 했다.

조기 COPD 환자에게는 금연과 약물치료, 예방접종 등이 도움이 된다. 금연은 조기 COPD 환자의 사망률과 호흡기 증상 감소에 효과적이다. 모든 COPD 환자에게는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약물치료는 여러 연구에서 조기 COPD 환자의 급성악화 감소와 폐기능 개선, 삶의 질 개선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올해 치료약제 선택에 대한 진료지침을 개정했다. 폐기능뿐만 아니라 호흡곤란 증상과 악화력을 함께 평가해 치료 약제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약물치료에는 기관지확장제와 스테로이드, PDE4 억제제 등이 사용된다. 박 교수는 “환자 증상별로 가군 환자에게는 흡입속효성기관지확장제, 나군 환자의 경우 흡입지속성기관지확장제, 다군 환자의 경우 흡입지속성항콜린제와 흡입24시간지속성베타-2작용제, ICS/LABA 복합제, 흡입지속성항콜린제와 흡입24시간지속성베타-2작용제 복합제 사용이 알차치료로 권장된다”고 했다. 내년에는 위험도가 높은 다군 환자를 위한 LABA+LAMA 복합제가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조기 COPD 환자 관리가 이뤄지면 사회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COPD 환자 진료에 쓰이는 보험재정은 1조원 이상으로, 전체 보험진료비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 교수는 “경증 COPD 환자군에서 외래비 상승은 크지 않지만, 급성악화 시 비용부담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COPD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54조원에 이르며, 대부분 급성악화가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이 교수는 “낮은 COPD 인지도를 높이면서 금연 등 흡연률 감소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조기 진단을 위한 폐기능 검사 확대와 흡입제 사용 등 올바른 복약지도, 예방접종과 위험인자 회피 등 예방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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