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실 칼럼] 방사선 보호제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가 좀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최초의 발사예정일은 2005년도 9월이었다. 한-러 양국간 우주 기술 협력의 지연과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4년여가 지난 2009년 8월 25일 첫 발사가 시도되었으나 실패하였고, 그 이후는 두 번째 발사가 2010년 6월 10일에 시도되었으나 역시 실패하였다.

 
이번 3차 발사도 결국 내년 1월로 연기되었다. 나로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로서 드넓은 우주로 뻗어나가기를 원하는 우리 국민의 꿈을 담고 있기에 성공적인 발사를 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내딛던 위대한 순간, 그다지 화질이 좋지 않던 흑백 텔레비전으로 접한 그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당시 많은 어린 학생들의 꿈이 과학자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빨리 우주 탐사의 기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과거 냉전 시대가 끼친 나쁜 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경쟁이 우주 분야로 확대된 것은 감사한 일이다.

 

양국은 경쟁적으로 우주 탐사에 열중하여, 세계 최초의 무인 인공 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구 소련이 쏘아 올렸고,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는 1969년, 미국이 쏘아 올리게 되었다.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까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기술적인 난관이 있었겠지만 무인 우주선과 차별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우주인들의 건강 유지였는데 특히 우주 방사선에 의한 영향이었다. 우주 방사선은 지구에 골고루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과도 같기 때문에 특정 부위에 우주 방사선이 몰리게 된다. 북극, 남극 지역에 유난히 많은 우주 방사선이 몰리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었던 것은 지각에서 1,000-60,000 킬로 미터 상공에 우주 방사선이 고농도로 밀집되어 있는 부위였다. 일종의 벨트처럼 지구를 감싸고 있는 두겹의 층이 있는데 이를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반 알렌(Van Allen) 벨트라고 한다. 반 알렌 벨트의 우주선 농도는 인간이 오래 머무르기에는 매우 위험할 정도로 높은 방사선 밀집 지역이다. 아폴로 11호의 달여행 때도 이 부위를 신속하게 통과하기 위해서 특별히 고안을 했다고 한다. 지구를 돌고 있는 많은 인공 위성들도 이 벨트 아래쪽으로 궤도를 돌게끔 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료시킨 일등 공신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일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핵전쟁에 대한 공포도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사선 보호제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하였다. 이 분야의 연구는 미 육군 산하의 월터 리드(Walter Reed)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는데 1959년부터 방사선 보호제의 개발이 본격화 되었다.

 
방사선 보호제는 방사선에 의한 치명적인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약물인데, 전적으로 없애기 보다는 1/2, 1/3로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월터 리드 연구소에서는 스크리닝을 거친 후보 화합물만 무려 4000여종을 개발하였으며 비교적 인체에 사용하기에 적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은 최종적으로 2종으로 압축되었다. 연구소 이름을 따서 WR-638, 또하나는 WR-2721이다.

WR-638은 시스타포스라고도 불리우는데 냉전시대 때 유럽에 주둔하던 소련 보병대원들은 핵전쟁을 대비해서 이 약물을 배낭에 지니고 다녔다는 일화도 있다. 미육군이 개발한 약제가 어떻게 냉전시대 경쟁국 군인들의 휴대품이 되었는지는 자못 궁금하다. 또 하나는 WR-2721이라고 하여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에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이다.

유인 우주선 탐사 때는 태양의 표면 활동이 활발해질 경우 이로 인해 마치 샤워처럼 과량의 양성자가 방출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노출되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이 WR-2721을 지니고 갔으나 다행스럽게도 우려스러울 정도의 태양 표면 활동은 없었다고 한다. WR-2721는 아미포스틴이라는 상품명으로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으며 암에 방사선치료를 할 때에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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