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인체-의학 몰이해가 오판 불렀나?

“인체는 오묘…MRI만으론 판단 곤란”

전문가 “인체는 오묘… MRI만으론 판단 곤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27)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강용석(무소속)

의원이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에 하버드대 석사인

‘수재’ 강 의원은 왜 자충수를 뒀을까? 의학계에서는 강 의원이 자신감에 차서

인체의 오묘한 속성과 의학의 본질적 특성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13일 병무청에 제출됐던 주신 씨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사진을

공개하며 “디스크 탈출 정도가 징병 신체검사에서 4급이 아니라 5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척추뼈가 돌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그 MRI의 주인공은 (최근

교회에서 촬영된)‘박주신 동영상’처럼 멀쩡하게 행동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경외과 전문의의 소견에 따르면 문제의 MRI는 외형적으로 상당히 비만인

환자의 사진”이라면서 “그러나 박 씨의 실제 사진을 보면 몸무게가 70kg 정도인

30세의 전형적인 마른 남성이고 피하 지방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는

너무나 그럴 듯한 추정이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사진 바꿔치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것은 인체와 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 탓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고가의 사진을 촬영한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곧 증세를 100% 설명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척추 MRI 사진의 손상 정도와 증세의 심각함이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는다. MRI 상으로는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멀쩡히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K씨는 “MRI를 통한 디스크 진단과 증세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실제로 아파도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호전되거나 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영상사진을 보면서 환자로부터 증세를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환자가 증세에 관해 잘못 말하면 의사가 오진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MRI 상으로도 분명한 허리디스크이고 통증도 심각한 데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척추전문병원 원장(58)은 22일 다음과 같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몇 해 전 내 자신의 MRI 사진을 보고 있는데 후배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사진을

보더니 ‘어떤 환자인지 당장 수술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 수술이 밀려서

허리가 아픈 것을 계속 참고 다른 환자 수술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어느새 내 증세가

사라졌다. MRI 상으로는 아직 환자인데 아프지 않고 생활에 지장도 없다.”

인체란 오묘해서 어떤 설명도 모든 사람에게 100% 설명되지 않는다.

체형도 가지가지다. 겉보기와 달리 특정부위에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도 있을

수 있고 그 유형 또한 가지가지다. 병의 유형이 가지가지란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의가 필요하고, 전문의 중에서도 경험과 연구실적이 많은 이가 ‘의사들의

의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학에서는 ‘다른 사람이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이

환자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 금기로 꼽힌다. 문진과 많은 검사를 통해서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 환자가 수술을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K씨는 “대부분의 디스크 환자는 저절로 상태가 좋아진다”면서

“척추의 경우 일반인의 몰이해를 이용해서 수술을 남발하는 의사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크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없으면 환자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아 ‘아프리카에는

디스크 환자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을 남발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척추 포럼’이라는 의사 단체가 생기기도 했다. 이번에 박주신 씨의 MRI를

판독한,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윤도흠 교수도 ‘척추포럼’의 회원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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