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왜 세브란스 수술실에…

정희원 원장, 고(故) 하용조 목사 수술 참관

서울대병원장이 새벽에 세브란스병원 수술실로 ‘출근’해서 수술 장면을 지켜보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100년 동안 의사 양성기관의 라이벌로 우리나라 의학사를

이끌어온 두 병원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희원 서울대병원장은 1일 아침 이철 연세의료원장,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과

손을 맞잡고 수술 환자의 회복을 기도했다. 두 병원의 역사를 연결한 환자는 ‘꿈의

목사’로 불리는 온누리교회 고(故) 하용조 목사였다. 두 병원의 수장 3명은 모두

온누리교회 신도들이다.

하 목사는 1일 오전 3시경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하 목사의 가족은 즉시

교회 신도인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에게 연락을 했다. 병원장은 뇌출혈 수술의 대가인

연세대 신경외과의 허승곤 교수를 급히 수술실로 호출했다. 곧이어 교회 장로인 이철

연세의료원장도 수술실에 한밤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3시40분 경 허 교수팀은

이 의료원장, 박 원장, 윤도흠 진료부원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술에 들어갔다.

증세로 보아서는 이미 하늘이 하 목사를 부르고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메스를

들었다.

수술이 끝날 무렵 정희원 서울대병원장이 급히 수술실로 뛰어 들어왔다. 그 역시

온누리교회 신도다. 또한 뇌종양 수술의 권위자이기 하다. 가톨릭대 허필우 교수도

급히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그는 뇌출혈 수술의 권위자로 올해 제24차 대한뇌혈관외과학회의

남천학술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분야 전문가로서 수술과정을 지켜봤다. 7시 30분

경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정 원장과 허 교수는

“수술은 잘 됐는데…”하며 기적을 기원했다.

그러나 8시가 넘자 갑자기 하 목사의 뇌가 부어오르면서 압력이 올라갔다. 주치의가

재수술을 결정할 때 서울대병원 원장과 가톨릭의료원 교수는 마치 세브란스병원 식구처럼

조심스럽게 의견을 펼쳤다. 하지만 재수술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부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 목사는 수술 다음 날인 2일 오전 8시40분경 소천했다.

    황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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