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 언어 쓰면 나이 들어 기억력 유지

문화적 장점에다 신경학적으로 도움

여러 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젊은 시절 이력서에서 강점이 될 뿐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신경학적으로 이점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룩셈부르크의 건강연구센터 마갈리 페르퀸 박사팀은 3~4개 언어를 할 줄 아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기억력이 나빠질 위험이 현저히 적은 것을 발견했다.

외국어를 알고 쓰면 문화적 장점이 될 뿐 아니라 실제 노후의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 것.

페르퀸 박사팀은 무작위로 뽑은 수 백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노년기의 정신작용을

연구하는 ‘메모비(MemoVie)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대상이 된 노인들의 나이는 평균

73세로 대부분이 최소한 12년 간의 공교육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신경검사와 심리검사를 받게 한 다음 보통의 정신기능을 가진

그룹과 정신기능이 떨어지거나 치매가 있는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다국어 구사능력과

인지력 감퇴의 상호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또는 젊었을 때 이들이 쓸 수 있었던

언어의 수를 조사했다.

연구대상이 된 230명의 노인들은 모두 2~7개 국어를 사용했다. 그 가운데 19%인

44명은 정신기능이 퇴행하거나 치매를 겪었다.

3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한 노인들은 2개 언어만 사용한 노인에 비해 인식감퇴를

겪지 않을 확률이 4배 정도 됐다. 특히 4개 이상의 언어를 쓴 노인들은 기억력에

문제를 겪지 않을 확률이 2개 언어 사용자에 비해 5배를 넘었다.

페르퀸 박사는 “여러 개의 언어를 습득하면 특정한 인식 과정이 발달해 나이

들어도 뇌의 노화나 인식 퇴행을 막을 수 있다”며 “한 가지 외국어를 잘

하면 또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은 동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츠하이머 병의 초기 증상이 기억력 감퇴이므로, 여러 언어를

쓰면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신경학자 리처드 립턴 박사는 “뇌 기능은

‘쓰지 않으면 잃는다’는 이론에서 보듯이 다양한 언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뇌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4월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릴 미국신경학회 정례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온라인 과학뉴스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 미국 건강웹진 헬스데이 등이 22일 보도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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