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잔과 섹시 술광고

어린이 눈찌르는 지하철 술 광고가 더 걱정

보건복지부가 4일 건전한 음주문화 형성을 위해 즉석에서 절제할 수 있는 2분의1잔,

즉 반잔을 개발해 대학가 주변 등에서 건전음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평소

소주잔 크기와 사람들의 음주량은 비례 혹은 반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고 믿어온 나로선

이 아이디어가 썩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성인 음주자 3명 중 1명은 고위험 음주자이고 음주로 인한

사망과 질병,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캠페인을 벌이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집단적인 음주는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자못 심각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절반짜리 소주잔이 술문화를 얼마나 건전하게 바꾸고, 그 양을 또 얼마나 줄여놓을

것인가. 전문가들이 말하는 적정음주량은 남성은 하루 3잔, 여성은 하루 2잔. 그러나

술을 즐겨 입에 대는 사람치고 적정 음주량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비만 전문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전 강북삼성병원 교수)은 개인 블로그에서

“소주잔, 양주잔은 잔이 작아서 원샷하게 되고 술잔이 자연스럽게 돌아가 술 마시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잔 크기를 조절해 술의 양을 줄이면

그만큼 잔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원샷하기가 더 쉬워지니 취하는 속도만

더 빨라질 것만 같다.

술은 정말 폐해가 많다. 흡연자 대부분이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고 한다. 술이 담배를 못 끊게 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술은 이성을 마비시켜 강력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이종섭 원장이 한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에는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는

범죄 비율은 높은 편이며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60%이상이 음주상태에서 일을 벌인다”고

밝혔다.

술은 사람이 취하기 전에 감정 상태를 강화시켜 준다. 기분 좋을 때 술을 마시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우울할 때 술을 마시면 더 우울함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 환자가 술 마시는 것을 금한다. 술이 우울함을 강화시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흡연 성범죄 우울증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사회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이다. 이런 위협요인들의 시발점에 술이 자리잡고 있다. 술은 이렇게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무한정으로 술에 대해 관대하며 심지어

술을 마시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시판되는 소주 브랜드마다 몸매 좋은 미녀스타, 10대 스타가 술 광고에 등장한다.

누구도 규제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주류회사는 광고 모델 여자연예인의 얼굴을

소주잔 밑바닥에 부착해 술을 권하고 있다.

지하철 전광판에는 흔들고, 돌리고, 마시라는 술 광고가 버젓이 어린이들의 눈을

찌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술 마시라고 꼬드기는 것과 무슨 다름이 있나.

이런 환경에 우리나라 공중보건당국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벌이는 반잔캠페인은 오히려

순진하달까, 순박하기까지  하다. 아이돌 스타들은 섹시한 몸짓으로 술을 권하는데,

보건당국은 절반짜리 잔을 나눠주며 수레바퀴를 마주하는 사마귀 같은 음주캠페인을

벌이는 모순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살다 온 선배의 말에 따르면 미국은 술 광고를 해도 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멀리서 비춘다든지, 술만 클로즈업 하는 등 간접광고를 한다.

위력적인 10대 스타가 나와서 술을 직접 권하는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광고는 환자들이 의사의 권한인

처방권을 침해한다, 오남용 위험이 있다면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를 이미 일으키고 있는 술 광고는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치고 있다. 절반짜리 소주잔

나눠주기, 절주송으로 거리공연하기 등 시민단체나 기획할 만한 활동에 국가 예산을

쓴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예민한 나뿐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도 나 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일까.

어쨌든 복지부가 나서서 아이돌스타 섹시 술 광고라도 시장에서 퇴출시켰으면

하는 게 나의 순진하며 순박한 희망이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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