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낭여행 함께 갔다가 10년지기 갈라선다?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현명한 대처법

회사원인 박모씨(여.28)는 지난 해 여름휴가 때 다녀온 중국여행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가볍지 않다. 가이드 겸 통역을 한다고 동행한 친구가 일방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일정만 강요한데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틈을 주지 않았다. 잠깐 화장실에서 늦기만

해도 처음 해외에 나왔는데 긴장감이 없다느니, 있다느니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올해 정말 해외여행다운 여행을 하고도 싶지만 또 그런 일이 있을까 두려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여름을 맞아 해외여행 계획을 가진 사람이 많다. 혼자 가자니 두렵고 비용도 아낄

겸 친구나 아는 사람과 대부분 같이 간다. 그런데 정작 해외여행길에 나섰다가 박씨처럼

일행과 뜻이 안 맞아 오히려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왔다는 이들이 적지않다.

해외여행 도중 일어나는 일행과의 갈등 중에는 어느 한 사람만 현지 사정을 잘

알고 나머지는 모를 때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아무래도 실정을 잘 아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의존하다보니 개개인의 취향이 여행 계획에 골고루 반영되기 쉽지 않다.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일정이 흡족하지 않을 때가 많다. 반대로 열심히 준비한

친구 처지에서는 자기의 최선을 친구들이 고마워 하지 않을 때 많이 섭섭하다.

취향 차이는 쇼핑이나 식사 때도 어김없이 불거진다. 시끌벅적한 시장에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과 대형 아울렛 몰에 가서 갖고 싶던 명품을 몇 개라도 사고 싶은 사람

사이에는 당연히 갈등이 생긴다. 식성 차이도 간단치 않다. 지난해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는 한 네티즌은 “난 현지 음식을 좀 먹어보자는 생각인데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외국여행 나와 스트레스 받기 싫다며 한식을 고집했다”고 기억했다.

결국 비싼 값에 한식당을 찾았고, 한국에서는 없는 세금, 팁까지 얹어 큰 금액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여행 중 속도문제도 간단치 않다. 느긋하게 방문지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군데라도 더 발길이 닿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일행들이

연령이나 체력조건에 차이가 좀 있으면 당연히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태국 여행을 했던 주부 최모씨(65)는 “남편이 몸놀림이 느리고 자기중심적이어서

다시는 함께 여행하고 싶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주변에 털어놓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은 “해외여행을 떠나면 낯선 환경이라 긴장이

되게 마련”이라며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상대방의 행동이 하나하나 거슬리기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행 파워블로거로 알려진 강경원(38)씨도 “여행 중에는

나도 일단 마음이 들뜨기 때문인지 일행의 기분을 생각과 달리 잡치게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귀띰했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을 피하는 방법은 있을까. 여행 파워블로거

강경원씨와 여행 에세이집 저자 배재문씨가 도움말을 줬다.

▽ 마음이 안 맞는 사람과는 아예 길을 함께 떠나지 않는다  

친구, 심지어 가족이라도 함께 다니면 피곤한 유형이 있다. 사이가 좋고 나쁘고는

별개로 툭하면 으르렁대는 사이라면 해외여행은 함께 할 일이 아니다. 식성이 정반대거나

경제관념이 사뭇 다른 경우 평소에 친한 관계였다가도 반드시 싸우게 된다. 강경원씨는

“매몰찬 것 같지만 이런 사람과는 여행을 함께 떠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길 떠나기 전에 계획을 잘 듣고 취향을 맞춘다

갈등 요소를 줄이도록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사전에 함께 쭉 점검해본다. 떠나기

전에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일행의 취향을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일정을

선택한다. 현지에서 갑자기 둘러볼 곳이나 숙소를 정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일행의

의견은 부딪친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른다해도 꾹 입다물고 있는 것보다는 다른 일행에게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좋다.  

▽친한 사이라도 예절과 기본은 지킨다

여행 에세이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의 저자 배재문씨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5명의 사람들과 캠핑카로 북유럽을 함께 여행했다. 전에 전혀 만난 일이

없는 남녀 6명이 뜻을 맞춰 떠난 여행이라 예의를 차리느라 초기에는 별 갈등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편한 사이가 되자 오히려 사소한 일로 언쟁하고

다투게 됐다는 것이다. 허물없는 친구라도 기본을 늘 지킨다. 즉, 잠깐 갈렸다가

만날 장소와 시간은 “알겠지”짐작하지 않고 늘 재확인하고 헤어진다.

▽가족여행이라면 한 사람을 리더로 정한다

반면 부부나 한 가족이 여행을 간다면 친구 일행처럼 수평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마다 남성 또는 여성이 여행 코스 확인, 짐 챙기기, 일정 재확인을

귀찮아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는 누군가 여행에 훨씬 체질적으로 익숙한 사람이

리더가 돼 주도권을 갖는 쪽이 차라리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갈등은 잠시 거리를 둔다

사전에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트러블이 생겼다면 하루 이틀 정도 각자 다른 코스로

여행하다가 다시 합류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단체로 움직이는 일행에 끼어있다면

버스나 이동수단에서 좀 떨어앉아 가는 것도 방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홍강의

교수는 “친구나 연인과 여행지에서 떨어져 있게 되면 분노나 실망을 제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행동을 돌이켜 볼 여유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는 설명.

동행이라 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꼭 똑같게만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각자 취향과 프라이버시를 살리는 것이 여행지 갈등을 최소화하고 관계를

더욱 돈독히하는 계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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