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쉬쉬’하는데 의사가 안따르면?

건국대 징계움직임에 의료계 주목

의사가 동료의사가 새로 시도하는 수술에 부작용이 속출한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속한 병원에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병원 측에서 “내부 문제를 외부에 유출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모르쇠’를 강요한다면 따라야 할까? 법적으로는 의료인이 의료기기의

부작용 사례를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병원이 이를 막는다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까? 학문적 양심에 따라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도 윤리에 어긋날까?

최근 건국대학교가 이 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에 대해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시행하고 있는 카바(CARVAR) 수술의 부작용을 외부에 알려 병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서두르고 있어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심장내과 교수들은 지난해 5월 병원장에게 CARVAR 수술에

대한 조사와 이 수술의 금지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하자 12월 두 차례에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 20명에서 나타난 부작용 사례 27건을 보고했다. 그러나

식약청이 “부작용이 의료기기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리자 올해 4월부터 세 번에 걸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대학교 측은 심장내과 교수들의 이와 같은 행동이 언론에 보도돼 학교와 병원의

대외 신뢰도를 실추시킨 것으로 판단해 이들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CARVAR 수술은 이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재직 시 개발한

새로운 판막 수술법으로 학계에서는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지난달 17일 이들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와 수위를 논의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해당 교수들이 대학교 차원의 윤리위원회를 먼저 열고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바탕으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정해야 한다며 반발하자 1주일 뒤인

24일 급히 윤리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2시간 여의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CARVAR 수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에 침묵하던 대학교

측이 갑자기 심장내과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서두르자 배경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징계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S대학병원 흉부외과의 모 교수는 “스타 의사로 알려진 송명근 교수가 자신이

개발했다는 수술에 의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환자를 직접 보는 심장내과 교수들이

병원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론적인 방법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과연 징계 대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심장내과의 모 교수는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심장역류

등의 부작용이 관찰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병원 당국이 사실에

대해 알아볼 생각조차 않았다”며 “인체에 1년 이상 거치하는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식약청에 보고하는 것은 의사의 법적 의무”라고

말했다.

병원이 심장내과 교수들에 대해 징계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이 교수들이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제출한 CARVAR 수술 부작용 논문이 학술지에 실린다고 결정이 난 지난 1월부터다.

이 논문이 채택되자 병원은 의료원장 명의로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심장내과 교수들이

연구 윤리를 위반해 병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며 논문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며 병원 윤리위원회를 열었다. 윤리위원회에서 흉부외과 측은 환자의 성별, 시술

받은 링의 개수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틀리는 등 논문이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병원 윤리위원회는 지난 2월 논문에 문제가 있는지는 입증할 수 없지만 심장내과

교수들의 행동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고 학교측에 이 문제와 관련해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심장내과의 논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심장내과의 행동이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심장내과 교수들은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연구 윤리를 위반하지도 않았고

병원이 유럽에 편지를 보낼 당시에는 윤리위원회가 열리지도 않았다”는 답장을 보냈다.

유럽흉부외과학회는 병원 측에 윤리위원회 결과를 요청했지만 병원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6월호에 CARVAR 수술 부작용 보고 논문을 정식으로 게재했다.

이후 징계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병원 내부에서도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달 들어 갑자기 대학교 차원에서 구체적인

징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건국대학교가 징계 절차를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병원에서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송명근’이라는 스타의사를 보호하고 송명근 교수와 코메디닷컴

간의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송명근 교수는 지난 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코메디닷컴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건국대학교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심장내과 교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엄격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어떤 것도 환자의

생명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작용 의심 사례는 검증을 하면 되는

것이지 의심 사례를 보고했다고 해서 징계를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사건이 △의사가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에 대해 제3자의 검증을

배제한 채 자신이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을 주관해 시행하고 수술을 해도 옳은지

△신기술을 개발할 때 공개와 검증이 우선인지 아니면 기술 개발로 인한 국익 창출이

우선인지 등에 대한 논란에 이어 △동료 의사의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의료사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의 귀추에 흉부외과, 심장내과뿐 아니라 의료윤리학과, 의료사학과, 법의학과

등 수많은 과의 의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건대병원 심장내과 징계 진행 일지

2008. 10. 건대병원 심장내과,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논문 제출

2008. 12. 심장내과, CARVAR 수술 후 20명에서 나타난 부작용 27건 식약청에 보고

2009. 1.    건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문제 제기. 유럽흉부외과학회 양측의 의견 들어 2월에 위원회 개최하겠다고 입장

정리

2009. 2.    건대병원 윤리위원회 표절 입증할 수 없지만

심장내과 교수들의 행동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학교측에 윤리위원회

소집 요구

    유럽흉부외과학회, 건대병원에 윤리위 결과 요구했지만

건대병원 묵묵부답

2009. 4.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CARVAR 수술에

대해 조건부 비급여, 3년 자료 축적 뒤 재검증 결정

2009. 5.    한국보건의료연구원, CARVAR 수술 안전성 유효성

검증 주체로 결정

2009. 6.    유럽흉부외과학회 심장내과 교수 논문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게재

2009. 7.    심장내과 한성우 교수 분과장 해임. 건대병원,

3달간 후임 분과장 임명 안 함.

2009. 11. 1. 정상만 교수 심장내과 분과장으로 임명

2009. 11. 17. 징계위원회 열림. 유규형, 한성우 교수 절차상 문제 제기

2009. 11. 21. 건국대, 윤리위원회 개최해 해당 교수들에게 소명기회 제공. 더

토의하기로 결정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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