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는 ‘입장 바꿔 생각’ 못한다

상대 입장 서보는 뇌 능력 크게 떨어져

10대는 부모나 어른의 말과는 정반대로 행동할 때가 많다. 이러한 10대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뇌 능력이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학 인지신경과학자 일로이스 두몬데일 박사 팀은 7~27세 여자 179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통해 이들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점검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는 다를 수 있는 상대방의 감정적, 이성적,

시각적 상태를 입장을 바꿔, 즉 ‘역지사지(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게임은 그림에서 보듯 다양한 크기의 물건이 막히거나 또는 뚫린 선반 위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상대편 어른이 “작은 공을 왼쪽으로 옮겨 줘”라고 말하고 있고,

그에 따라 게임 하는 사람은 마우스로 공의 위치를 옮기는 방식이다.

이 게임에서 정답은 테니스 공을 옮기는 것이다. 제일 작은 공은 물론 골프 공이지만

상대편 남자는 골프 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쪽 입장에서가 아니라 저쪽 입장에서

“작은 볼”이 무얼 말하는지를 추측할 수 있어야 맞출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을 시킨 결과, 맞춘 비율은 10살 이하 어린이 25%, 10~13세 청소년 아이들은

이보다 조금 나았고, 14세 이상 청소년 33%, 성인 50% 이상이었다.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두몬데일 박사는 “청소년기 동안 다른 사람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조금씩 자라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대 인지심리학자 보아스 케이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놀라운 점은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10살 미만 어린이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극히 자기중심적인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4살이 지나서도 상대방 입장을 정확히 추측할 수 있는 비율은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하고, 심지어 어른도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간의 자기중심성’을

역설하는 증거일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발달과학(Developmental Science)’에 게재됐으며, 영국 과학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온라인판 등이 5일 보도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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