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 멀미, 차타기 30분전 생강차가 좋다

차 진행방향으로 앉고 먼 곳 바라봐야

귀경전쟁이

시작됐다. 고향길만큼이나 힘든 귀경길, 몇시간만 참으면 될 것 같지만 좀처럼 빠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에 여지없이 따라오는 것은 과음 과식.

장시간의 이동에 서다가다를 반복하다보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멀미다. 그러나

아는만큼 피해갈 수 있다. ‘검정봉지’를 찾지 않는 방법을 집중 분석해본다.

멀미는 뇌가 헷갈려하기 때문

멀미란 동요병(動搖病), 가속도병이라고도 한다. 차나 기차, 비행기, 특히 배를

탔을 때 메슥거리고 식은땀이 나면서 멀미가 시작되고 구역질, 구토, 현기증으로

이어지곤 한다. 창백해지거나 침이 나오고 배가 아프거나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멀미가 나는 이유는 몸이 움직이고 있는지 아닌지 뇌가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뇌는 귀 속 기관, 눈, 근육, 관절이 보내는 신호로 움직임을 느낀다. 차가 많이 흔들리거나

회전할 때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귀 속 세반고리관과 전정기관은 움직임을 감지해

자극을 받는다. 반면 차나 배 안에서 움직임이 없는 사물을 보는 눈은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이처럼 귀 속 기관과 눈이 보내는 상반되는 신호가 뇌에 혼란을 줘 멀미를

일으킨다. 운전자가 멀미를 덜 하는 이유는 흔들림이나 회전을 직접 보기 때문에

귀가 느끼는 어지러움을 일부 보상하기 때문이다.

멀미를 많이 일으키는 행동이 있다.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범규

교수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춤을 추는 등 다른 행동을 하면 멀미가

나기 쉽다”고 말했다. 멀미는 앉은 각도와 방향과도 관련 있다.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거나 차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앉으면 멀미가 더 난다. 반면 지하철에서 옆으로

앉아 책이나 신문을 봐도 멀미를 하지 않는 이유는 멀미의 원인인 진동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평소 다른 사람보다 멀미를 심하게 한다면 귀속 평형기관에 문제가 있는

메니에르병일 수 있다.

일단 시작되면 약도 소용없어…예방이 최선

멀미는 예방이 최선이다. 일단 멀미 증세가 시작되면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한

상태가 호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멈출 수 없는 상황일 경우에는 진동이 최대한 적은

곳에 앉거나 누워있으면 메슥거림을 줄일 수 있다. 옆으로 눕는 것보다 차가 달리는

방향과 일치하게 좌석을 뒤로 젖혀 눕고 찬바람을 쐬는 게 좋다. 보통 멀미가 덜

나는 자리는 차 앞좌석, 기차 앞칸, 배 갑판, 비행기 날개와 가까운 좌석이다.

김범규 교수는 “시선을 먼 산이나 지평선 등 먼 곳에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까운 사물은 눈이 따라잡지 못하고 먼 곳을 봐야 귀 속 기관과 눈이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차를 타기 전 속을 너무 비우거나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탄산음료

등 위에 부담을 주는 음식도 피한다.

보다 확실한 예방책은 멀미 예방약을 먹는 것이다. 먹는 방식과 붙이는 방식이

있으며, 전정기능을 억제하거나 구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먹는 멀미약의 성분은

메클리진 또는 디멘히드리나트 등 항히스타민제다. 메클리진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나

디멘히드리나트는 졸음이 오는 효능이 있어 운전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

‘키미테’ 등 패치형 멀미약의 성분은 스코폴라민이다. 귀 밑에 붙이면 약 성분이

조금씩 피부로 스며들어 효과가 며칠 동안 유지된다. 최근 스코폴라민이 노인에게

정신착란, 언어 장애, 망상, 어지럼, 두통 등 일시적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의가 필요하다. 또 붙이는 멀미약을 손에 묻힌 채 눈을 비빌

경우 동공이 줄어들지 못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많아지고 사물이 뿌옇게 보일

수 있다.

김범규 교수는 “약은 일정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차를 타기

30분~1시간 전에 멀미약을 먹어야 한다”면서 “멀미 증세가 시작된 후에는 약을

먹어도 효과가 떨어진다”고 당부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멀미약을 이용할 때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특히 녹내장 환자는 안압이 증가할 수 있고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사람은 소변보기가 더 어려워 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두 돌쯤 되는 아이는 차를 타면 자신이 토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어 차만 타면

토하기 쉽다.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멀미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차를

타는 동안 아이가 다른 일에 몰두하면 멀미를 줄일 수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랑 열심히

놀아주는 것도 좋다.

멀미를 막는 이색 방법, 선그라스-생강-지압

TV 프로그램 ‘스펀지’는 선그라스를 쓰면 멀미를 덜 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선글라스의 어두운 색이 안정을 주고 시각적 자극을 줄여줘 효과가 있다는 것. 특히

초록색이나 파란색 선글라스가 좋다고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등은 의학저널 ‘란셋(Lancet)’을 인용해 멀미를 예방하는

생강의 효능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멀미약을 복용한 사람들보다 생강 두 캡슐을

먹은 사람은 멀미 진정 효과가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는 것. 연구진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으나 생강 속 활성물질인 ‘6-진저롤’이 소화기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멀미를 예방하려면 자동차나 배를 타기 30분

전 생강가루 2~4g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생강을 많이 먹으면 위액이 과다

분비돼 위 점막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위가 약한 사람은 생강차로 만들어 먹는 게

좋다.

지압법도 있다. 손바닥 위 손목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올라간 지점을 눌러

자극하면 멀미를 막을 수 있다. 엄지발가락 발톱 시작점 안쪽 움푹 패인 곳과 두

번째 발가락 같은 자리를 눌러주면 멀미가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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