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날솟는 ‘맨발걷기’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문태준의 시 ‘맨발’ 부분>

부처는 맨발로 설산을 걸었다. 먼지 풀풀 나는 사막을 맨발로 헤맸다. 평생 맨발로 길을 걸었다.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얻었을 때도 맨발이었다. 죽어서도 말없이 관 밖으로 맨발을 내밀었다. 슬피 우는 제자 가섭에게 ‘맨발의 가르침’을 보여줬다.

예수도 늘 맨발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맨발 사이엔 어김없이 예수의 맨발이 있었다. 산상수훈 때도 맨발로 서서 설교를 했다. 그는 자신의 맨발보다 제자의 맨발을 먼저 씻겨줬다. 그리고 부르튼 맨발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

태초의 인간은 맨발이었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맨발로 달리고, 맨발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겨울에도 맨발로 눈길을 헤치며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 논둑길을 맨발로 걸으며 ‘명상수행’하는 이도 있다.

지난 11일 대전 계족산(429m) 장동산림욕장에선 맨발로 황톳길을 달리는 맨발축제가 열렸다. 선양 에코 힐링(eco-healing·자연치유) 마사이마라톤. 2006년 첫 해 1000여명이던 것이 지난해 2000여명, 올해 5000여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참가자만도 23개국 500여명.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광역시와 지역소주회사 선양이 협력해 만든 야심작. 폭 3, 4m 임도(6.5km 왕복13km)에 2만여 톤의 황토를 깔아 맨발마니아들의 명품코스로 만들었다. 한 달 한 번씩 열리는 보름밤 맨발걷기. 두 번째 일요일 맨발걷기 등에도 1000여명 가까이 모인다.

맨발로 걸으면 몸의 모든 감각이 우우우 열린다. 새와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이팝나무와 벚나무 이파리의 가느다란 떨림이 보인다. 향긋한 숲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황토 흙의 촉촉함이 발바닥을 애무한다.   

‘맨발의 길’ 위에선 모두 똑같다. 어른도 아이도 없고, 회장님도 부장님도 없다. 책을 읽으며 걷는 사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사람, ‘모심기 패션’으로 걷는 사람, 신발을 손에 든 채 걷는 사람, 양복을 어깨에 걸치고 걷는 사람, 양말을 신은 채 걷는 사람, 황토반죽 놀이에 정신이 없는 사람, 군가를  부르며 뛰는 사람,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    

박동창(56) 씨는 맨발걷기 예찬론자. ‘맨발로 걷는 즐거움(2006·화남출판사)’이라는 책까지 냈다. 그는 원래 간이 좋지 않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꾸준히 걷기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2004년 ‘어느 할아버지가 맨발로 청계산(618m)을 오르는 내용의 TV프로그램’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휴일마다 빠짐없이 서울 강남 대모산을 맨발로 오르내린 것. 2년여 만에 간이 깨끗해졌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발은 제2의 심장이다. 발은 우리 몸의 모든 장기와 작은 모세혈관으로 이어져 있다. 맨발로 걸으면 자연스럽게 발바닥 마사지가 된다. 땅바닥에 있는 작은 알갱이들이 발바닥 혈관들을 콕콕 눌러줘 지압효과를 낸다. 이렇게 되면 발바닥까지 내려왔던 혈액이 자극을 받아 힘차게 심장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른바 펌핑(Pumping) 효과다. 결국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면역체계가 강화된다. 신발을 신으면 상대적으로 마사지 효과가 떨어진다. 게다가 땅이 내뿜는 생명의 기운도 차단된다. 발바닥은 2, 3주에 한 번씩 굳은살을 제거해줘야 지압효과가 제대로 유지된다. 맨발걷기가 끝나면 보습제나 발 크림을 발라주면 좋다. 맨발로 오래 걷다보면 발이 찰고무처럼 탄탄해지고 선홍색 빛을 띤다. 신발을 신고 다닌 창백한 발과는 전혀 다르다.”       

서양화가 이주영(35) 씨는 주로 밤에 작업을 한다. 그림에 열중하다보면 낮과 밤이 바뀌기 일쑤. 아무래도 몸이 무거울 때가 많다. 찌뿌드드하고 머리가 뻐근할 땐 맨발걷기에 나선다.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다닌 지 1년 됐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가는데, 돌아와 족욕을 하고 나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고생했던 만성변비도 눈 씻은 듯 사라졌다. 어쩌다 일이 바빠 거르기라도 하면, 발바닥이 근질거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김형석 대전우송대 교수(50·컴퓨터디자인학부)는 일주일에 너댓 번씩 틈날 때마다 계족산 맨발걷기를 한다. 안 가면 좀이 쑤셔 안절부절못할 정도. 행여 외국이라도 나갈 때면 호텔 마당이나 정원을 맨발로 뱅뱅 돌아야 속이 좀 풀린다.

“계족산 황톳길 13km 한 바퀴를 맨발산책하고 나면, 온몸의 노폐물이 남김없이 빠져나간 기분이다. 머릿속이 박하처럼 맑아지고 잠이 꿀처럼 달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고혈압 증상이 있었는데 어느 틈에 사라져버렸다. 하체도 약한 편이었는데 요즘엔 성기능까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렇다고 맨발걷기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박시복교수(관절재활의학과)는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맨발걷기가 몸에 이롭다고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뇨병이나 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은 자칫 맨발로 걷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신발은 맨땅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주지만, 맨발은 고스란히 그 충격을 떠안아야 되기 때문이다”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맨발 길은 흙길이 좋다. 시멘트, 대리석, 아스콘, 아스팔트길은 무릎에 충격이 많다. 흙길도 약간 축축한 습기가 묻어 있는 숲길이 으뜸이다. 바위가 많은 높은 산보다는, 야트막한  흙산 숲길이 안성맞춤이다. 서울 대모산(293m) 구룡산(283m) 우면산(293m), 충남 연기 오봉산(262m), 전북 순창 강천산(583m)에 맨발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이유다. 

아이들은 맨발을 좋아한다. 비가 오면 질퍽한 흙마당이 맨발 놀이터다. 깔깔 호호 까불며 신나게 논다. 흙 반죽이 온 몸에 묻어 ‘흙 사람’이 되어도 아랑곳없다. 한순간 뒤로 벌렁 넉장거리를 치기도 한다.   

아버지는 늘 맨발이었다. 맨발로 논둑길을 걷고, 맨발로 삽질을 했다. 맨발로 풀을 밟고, 맨발로 물컹한 무논 흙을 밟았다. 그럴 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논이나 밭이나 거리낌이 없었다. 땅은 아버지에게 안방보다 편한 곳이었다.
 
▼박동창 씨의 맨발걷기
 ▽키 포인트=①집 주위 맨땅부터 찾아라 ②신발뿐만 아니라 양말도 벗어치워라 ③걷기자세를 수시로 바꿔라(두꺼비처럼 천천히 걷기, 발가락을 들어올리고 잇몸을 우물거리듯 걷기, 황새와 같이 날렵하게 걷기, 까치발로 걷기, 주걱을 엎어 놓은 듯 걷기, 가재처럼 뒤로 걷기) ④추운 겨울엔 나무상자에 톱밥을 깔고 집안에서 걸어라
▽효과=쾌변, 단잠, 노폐물제거, 무좀 치료, 감기예방, 머리가 맑아짐, 피부 좋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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