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빌린(Abilene) 패러독스

세상을

살다 보면 남들이 다 하니까, 또 남들이 해야 한다니까 별 생각 없이 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무심코 따라 했지만 나중에 곰곰이 따져보면

조직 구성원들 아무(누구)도 원치 않는 그 일을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에빌린 패러독스라고 한다. ‘제리 하비’라는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과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집어낸 현상이다.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여름날

일요일, 처가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데 장인이 에빌린에 가서

외식을 할 것을 건의한다. 식구들 모두 80km나 떨어진 곳까지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다들 별 생각 없이 에빌린으로 갔다. 하지만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왜 그곳에 가야

했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에빌린 패러독스는 의료 분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의약분업을 예로

들 수 있다. 대부분 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몇몇 전문가들 말만 믿고 무리하게

의약분업을 도입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환자들이 병원문을 나서 약국까지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만 남았을 뿐이다.  

의학전문대학원도 마찬가지이다. 왜 의과대학 교육이 2년이나 늘어나야 하는지

아무런 공감대도 없는 상태에서 도입했지만 이공계 대학이 의대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심각한 부작용 이외에 누구도 이 제도의 장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에 아파트 평수(坪數)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친숙한

평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척추분야에서는 매년 많은 신기술(新技術) 치료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신기술이니까,

또 남들이 다 하니까 아무런 비판 없이 신기술들이 널리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살아남는 신기술은 그리 많지 않다. 남들이 다 하니까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에빌린 패러독스의 어리석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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