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3

01.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02. 양과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03. 한국인 광우병 취약, 사실인가

04. 소고기 섭취량-나이와 vCJD

05.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1

06.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2

07.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3

08. vCJD 발생 전제조건1

09.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1

10.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2

11.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3

12.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1

13.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2

14. vCJD 발생 전제조건-에피소드

15. vCJD-SRM 30개월 의미1

16. vCJD-SRM 30개월 의미2

17. vCJD 전제조건-뇌조직 섭취

18. ‘달인’과 ‘박 대 박’

19.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1

20.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2

21.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3

 

<원제목> 우리는 그 해 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나(3)

2008-5-19

…어제 저녁에 감자탕, 일명 ‘뼈다귀탕’을 먹게 되었다. 이 음식의 소재로

혹시 소뼈가 쓰이는지 물어보았더니 소뼈는 비싸서 못 쓰는지 대부분 돼지의 척추뼈를

사용한다고 한다. 갑자기 돼지의 뇌에도 변형프리온에 오염된 뇌조직을 접종했더니

병변이 발생했다는 논문을 본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이 부분도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이다.

더구나 발라먹어야 할 뼈 주변의 고기들은 소라면 MRM(기계적 회수육)이 될 운명의

고기들이다. 어느새 나는 어딘가에 섞여있을지 모를 척수와

DRG(후근 신경절, dorsal root ganglion)를 골라내기 위해 탕 속을 뒤적이고

있었다. 국물에도 혹시 변형프리온들이 퍼져있는 것은

아닐까 의미 없이 휘저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맛있게 먹었다…

빗나간 예측, 인간이 소가 걸리는 병에 걸리다

영국 사회는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더욱 술렁댄 곳은 학계와 영국 정부였습니다.

소떼들 속에서 갑자기 휘청대며 일어서지 못하는 소들이 생겨났고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그 숫자는 늘어갔으며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관심은

이런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은 이미 1700년대부터 양들이 스크래피(scrapie)라는

이름으로 앓아왔던 병과 동일한 병이고 그 양고기를 먹어서 사람이 스크래피에 걸린

일은 없었습니다. 축산업자들은 소고기에 대한 위험이 과장되어 큰 손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는 손 놓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이에 관료들은 앞장서 영국 국민들에게

소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이 때 학계에서 광우병이 인간에게도 옮겨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견해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994년

광우병 의심 환자가 발생한 시점에서도 인간광우병 같은 것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첫 사망 환자의 뇌 부검을 통해 감염된

소와 동일한 해면상 뇌병변과 심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어 있음이 확인되고

동일 증세의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무너졌습니다. 영국 사회는 잘못된 예측이 빚어낸

톡톡한 댓가를 치러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속죄라도 하듯 광우병의 원인과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고 강도 높은 사료 규제를 잇달아 시행하였으며, 확인된

18만 마리의 광우병 소와 함께 300만 마리 이상의 위험에 노출된 소들을 폐사시켰습니다.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 그들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가?

얼마 전 자료를 찾아보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2001년 12월에 발간한 ‘광우병

백서’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영국에서 만든 ‘광우병 백서’를

일부만 번역해 놓은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원본은 총 16편, 5000페이지에 달하는

광대한 분량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그 당시 영국 정부의 대응, 학계의 보고서, 정부

문서, 그 당시 축산업, 의약업 관련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차분히

읽어보려다가 그 분량에 압도되어 결국은 포기하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확인해보니 그 당시 영국 정부나 학계의 관심도 저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관심과 일치했습니다.

1) 왜 인간광우병은 젊은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일까?

2) 왜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멀쩡한데 영국만 유달리 많은 피해를 입었을까?

3) 왜 특정 유전자형에서만 광우병이 발생하는 것일까?

4) 그리고 위 의문들보다 더 근본적이고 집중되는 의문은

불행이 과연 어디에서 시작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당시 영국 정부는 수많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혹시 누가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인간에게도 유해할

수 있는 약물을 소에게 투여한 것은 아닐까? 혹여 연구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소에게

어떤 위해한 조작을 가한 것은 아닐까? 사료업자들이 이익을 위해 법에 저촉되는

어떤 유해물질을 사료에 첨가한 것은 아닐까? 이 중에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광우병

사건에 형사처벌 대상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검거된다면 중형에

처해졌겠죠. 과연 조사 결과 중형에 처할 만한 과오를 저지른 그 누군가가 있었을까요?

지금부터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광우병의 시작에 대한 논란을, 그리고 누가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8세기 초부터 비극의 씨앗은 싹트기 시작하다

광우병에 관련된 저술들에서 양들이 앓았던 스크래피가 이 모든 사단의 발단이라고

지적한 책들이 많습니다. 일단 이들의 이야기와 영국 축산업 역사에 관련된 부분은

공통적으로 언급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모아서 정리해서 옮겨보겠습니다.

18세기 초 영국에는 양모 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전체 인구

1/4이 양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천만 명의 인구가

있었는데 양의 숫자가 인구 수에 비례할 정도였다니까요. 이 때쯤 양에게 발생하는

이상한 질병이 북유럽,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 보고되고 18세기 중엽에는 영국에도

스크래피가 번졌습니다. 이 병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1732년인데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스크래피에 대한 첫 논문도 한참 뒤인 1913년이었습니다.

워낙 광범위하게 퍼지다 보니 풍토병처럼 인식되어 1980년대 초에는 아예 법정신고

질환에서 제외가 되었습니다. 1988년 기록에 의하면 양 100두 당 1마리가 걸릴 정도였고

심할 경우에는 전체 양떼의 3분의 1이 걸려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병에 걸린

양은 공격적이 되고 양무리에 속해 있지 않으려 하고 도망 다닙니다. 특징적으로

피가 날 때까지 자신의 몸을 나무에 대고 비벼대는 증상을 보이며 몸을 떱니다. 종국에는

걷지 못하게 되고 졸지에 미친 양으로 몰려 도축되어 양고기로 소비되었습니다.

당시에 이 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은 이미 오염된

양고기를 수백 년 간 먹어왔어도 아무런 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크래피는 치료법도

없고 예방도 안 되기 때문에 양 사육업자들은 골머리를 앓게 되었습니다. 병 걸린

양의 피를 뽑아 넣어줘도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알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병 걸린 양과 걸리지 않은 양을 같이 길러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세균 같은 것에 의해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료 때문에 그런가

해서 사료를 바꿨어도 전혀 영향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처음에 양들이 어떻게 변형프리온 질환인 스크래피를 앓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기전은 프리온에

의한 토양 및 목초 오염입니다. 이것은 실험결과에 기초한 것인데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이 풀을 뜯어먹은 장소에서 그 양들을 이주시키고 다른 정상 양들을 데려와

풀을 뜯게 했더니 스크래피에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토양 및

목초에서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이 검출되었습니다(이런 얘기 나오면 또 예민하신

분들은 앞으로 전 국토의 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하자고 나올까 봐 좀 망설여지기는

합니다만…). 목초 오염의 원인은 감염된 태반이나 배설물 등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여튼 스크래피는 번져갔고 원인은 알 수 없고 다만 특징적으로 이 병에 걸리면

뇌가 심하게 침범 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초기 광우병에 대한 역학 연구들이 이 스크래피가 소에게 옮겨갔고 다시 사료를

통해 양에게 전달되고 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도 옮겨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보고들이 많은데 이 견해는 스크래피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고 다른 나라에도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그 시점에 영국 소들만 감염되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또한 나중에

밝혀지지만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프리온의 계열이 양의 스크래피 계열과는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스크래피 하나 만으로 광우병을 설명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습니다.

육류가공업자들을 의심하라

한편 같은 시기 영국 낙농업계는 점점 대형화, 산업화 되어가고 있었는데 1926년경

낙농업자들은 소가 초식동물이지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시켜도 큰 문제가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오히려 동물성 단백을 투여했더니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고 살도 빨리

찌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는데 기존 사료로 사용하는 대두는

수입을 해야 했는데 사료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각종 사육 동물로부터 나오는

찌꺼기를 처분할 방법이 생겼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공문서에는

오히려 이런 장점이 있으니 동물성 단백을 이렇게 투여하라는 지침서까지 만들어

격려하기까지 했습니다.

육골분 사료(MBM, Meat and bone meal)는 소, 양,

돼지, 기타 가금류의 도살 시 나오는 찌꺼기 고기 및 폐기물에서 지방을 추출해내고

만들어집니다. 먹지 않던 것을 주니 소의 입맛에는 이 육골분 사료가 잘 맞지 않아서

전체 배합 사료의 5% 이하 정도를 육골분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전혀 엉뚱한 데서 시작됩니다. 바로 사료를 가공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온 것입니다.

1974년 6월 1일 나일론 성분을 생산해내는 니프로 공장이라는 데에서 엄청나게

큰 폭발 사건이 있었습니다. 노동자 29명이 죽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수천 개의

가옥들이 파손됩니다. 이로 인해 영국 정부는 인화성이 강한 물질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는데 이게 사료 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육류를 가공해서 사료를

만들 때 지방 추출을 위해 여러 가지 용해제가 쓰이는데 이 용해제는 더불어 육골분

상당 부분을 제거시키고 불순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못쓰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가공 방식을 도입하려니 비용이 많이 들고 결국 가공업자들은 기존의 방식에다

용해제만 제거하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게다가 원래

탈지 산물에서 용해제를 제거하기 위해 고온의 증기를 쐬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 과정도

용해제가 없으므로 자연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육골분들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사료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들어온 연속

공정 방식으로 육류가공공장들이 기계화되면서 이전과 달리 거대한 양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변형프리온 같은 유해물질이 유입되면 그 속에서

퍼져나가기가 좋아진 것입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

스크래피의 증가와 변화된 사료 제조방식으로 광우병의 근원을 설명하려는 이론은

매우 그럴듯했으나 여러 가지 상반되는 실험 결과에 혼돈을 겪게 됩니다. 용해제에

의한 지방 추출 과정에서 변형프리온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 결국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며, 이런 변화된 사료제조 방식을 쓰지 않은 공장에서 나온 사료를

먹었어도 광우병 소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쯤 해서 근본적으로 ‘변형프리온’이라는 자가증식하며 전염이 되고

자신의 정보를 기억까지 하는 이 단백질의 기묘한 행태를 분석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솔직히 인간광우병의 유행과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 그 위험도 등에

관하여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은 통상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간광우병의

과학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피카소님의 글 21편에 관한 의견(댓글)은 ‘이곳’에 써주시기 바랍니다.

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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