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으로 본 남과 여 –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

‘상처받기 쉬운 남자, 보호하고 지키는 여성’.

다국적 연구기관인 인간게놈프로젝트(HJP)와 생명공학 업체 셀레라 제노믹스사는 2001년 유전자 지도를 공개하면서 “남성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여성보다 2배가량 잦다”고 발표했다. 남자가 성격 뿐 아니라 유전자적으로도 상처에 취약하고 여성은 잘 견뎌낸다는 점이 게놈 연구결과 밝혀진 것이다.

최근 유전학자들은 성염색체의 진화상 변화가 남녀의 여러 특징을 구별짓는다는 점도 밝혔다. 게놈(Genome)으로 본 남녀의 차이는?

▽점 변이와 왕창 변이〓남성의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잦지만 대부분 염기 한 두 개가 바뀌는 ‘점 돌연변이’이지만 여성 유전자는 잘 바뀌지 않는 대신 한번 바뀌면 염기 수 십 개에서 100여쌍이 없어지거나 손상되는 ‘왕창 돌연변이’.

점 돌연변이는 자녀에게 유전돼 개인별 유전적 차이인 ‘단일염기다형성’(SNP)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녀의 머리털 피부 등 생김새와 기질은 아버지를 닮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왕창 돌연변이한 유전자는 대부분 자녀에게 대물림하지 않는다. 태아가 엄청난 변화를 감당 못해 숨지기 때문이다. 다만 생명과 관계없는 유전자가 왕창 변했을 땐 심각한 선천 질환자가 태어나곤 한다. X염색체의 DMD유전자에 있는 염기쌍 500∼1000개가 손실돼 생기는 근육위축병이 대표적 예.

▽남성은 태어날 때도, 태어나서도 취약〓왜 이런 유전자 차이가 생길까? 우선 태생학적 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남성의 경우 고환세포의 정조세포들이 감수분열해 정자가 생기는 과정이 쉴 틈 없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이 바쁜 와중에 ‘부품’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여성은 선천적으로 난자를 갖고 태어나고 월경할 때에도 ‘기성품’을 하나씩 포장해 내놓기 때문에 돌연변이 가능성이 적다는 것.

또 환경론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술 담배 스트레스 등 ‘독성’에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는 점도 남성 돌연변이가 잦은 이유. 유전학자들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은 유전자의 염기가 고장났을 때 이를 고치는 능력이 남성보다 훨씬 뛰어난다고 말한다. 이런 유전자 차이 때문에 여성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왜 Y염색체는 쪼그라들었나?〓사람의 세포는 부모로부터 23개의 염색체를 한 세트씩 물려받아 23쌍의 염색체를 갖는다. 1∼22번 염색체의 두 짝은 꼴이 같으며 서로 정보를 교류한다. 때에 따라선 한쪽의 결함을 다른 쪽 염색체가 나서서 고치기도 한다.

반면 성염색체의 경우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짝을 이루는 반면 여성은 X염색체 한 쌍으로 이뤄지는데 거의 정보교류를 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자들은 Y염색체는 대략 3억5000만년 전 남성을 결정하는 ‘SRY유전자’가 생기면서 X염색체보다 훨씬 왜소한 모습으로 변하면서 진화했고 이 때문에 X염색체와 정보를 교류하지 않게 됐다는 점을 밝혀냈다.

염색체의 두 짝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 다양한 변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데 성염색체는 이걸 막기 위해 정보 교류를 안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유전학자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이나 피부 생김새는 다양한 것이 허용되지만 성이 다양해져 어지자지 무성기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성이 생기면 인류 번식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

▽두 성염색체의 차이〓이런 와중에 Y염색체엔 수 십 개의 유전자 밖에 남지 않았다. 남성을 결정하는 유전자인 SRY유전자가 있고 폭력 공격성과 관련된 유전자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X염색체엔 2000여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상당 부분 있다.

따라서 다른 조건을 무시하고 부모의 성염색체만 따졌을 때 똑똑한 남자와 예쁘지만 머리나쁜 여성이 결혼했을 때보다 잘생겼지만 머리는 둔한 남성과 똑똑한 여성이 결혼했을 때 더 ‘괜찮은 자녀’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도움말〓성균관대의대 진단병리과 김대식교수, 임상병리과 김종원교수)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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