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건강생활 / 귀고리로 건강 체크…주치의 곧바로 처방

《“발명은 오래 전에 한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과학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고대 로마의 공학자 섹스투스 줄리우스 프론티누스가 한 말. 그러나 과학은 발달했다. 최근 게놈프로젝트의 완성, 인터넷의 확산 등은 과학 발달의 속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음을 보여준다. 2020년에 건강생활과 의료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가상해봤다. 이 글에 등장하는 강현서군은 2020년엔 대학에 입학하며 성인이 된다. 이 글 내용은 ‘맞춤인간이 오고있다’‘미래의학’ 등 과학서적과 시사주간지 타임, 과학잡지 과학동아 등을 근거로 했다.》

커튼이 스르르 열리면서 반사적으로 눈이 뜨였다. 창밖은 봄비가 내리는 어둑한 하늘. 머리 위로 커피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실내등이 켜지고 침대가 오른쪽으로 회전했다. 스크린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꾀돌이의 얼굴이 나왔다.

“안녕 현서, 지금은 4월1일 오전 6시반. 커튼 여는 소리가 시끄럽진 않았지? 오늘 승용차로 등교하려면 대동강변 도로는 피해. 벌써 차가 밀리고 있어. 커피엔 기억력 증진 효소를 넣었어.”

올초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평양대 의예과에 입학한 강현서(19).

서울의 부모와 떨어져 대동강변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의 원룸은 지능형 기기들이 연결돼 있는 네트워크 주택.

스크린 화면은 뉴스로 바뀌었다. 한국의 의학자들이 뇌의 언어 이해구조를 완벽히 밝혀내 컴퓨터와 뇌를 접속시키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습득할 날이 다가왔다는 것이 코메디닷컴에 특종 보도됐다.

이어 미국 축구팀이 브라질을 4:1로 꺾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정말 스포츠는 과학력의 싸움이 돼버렸다. 미국 선수들은 모두 근육에 특수단백질을 투여해 지구력과 스피드에서 브라질을 압도하고 있다. 이 탓에 축구는 5, 6년 전까지만 해도 ‘예술의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과학의 스포츠’에 포함돼 버렸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돈다.

현서는 커핏잔을 비우고 화장실로 갔다. 소변을 보는 동안 변기 안에선 전기 센스가 깜빡였다.

변기 위 모니터엔 메시지가 떴다. ‘단백질 포도당 이상 없음. 소변 중 백혈구 없음. 적혈구 약간. 세균 감염으로 의심됨.’

당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엔터 키를 누르자 모니터에 ‘소변기가 가족 주치의에게 정보를 보냈다’는 문자가 흘러갔다. 1분 뒤 주치의가 나왔다. 이른 시간이어서 초췌한 얼굴이었다. 주치의는 이것저것 묻다가 현서가 어제 친구들과 한달 용돈을 걸고 마라톤 내기를 했다는 얘기를 하자 피로하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물을 많이 마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대생이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줬다.

“나도 건강염려증인가? 나답지 않군.”

현서는 냉장고를 열고 냉수를 한 잔 쭉 들이켰다.

냉장고의 모니터엔 오늘 먹어야 할 뉴트라세우티컬(Nutraceutical·영양치료식품)의 목록과 세 끼 식사 지침이 떴다.

한 달 전 사놓은 우유를 먹으려는데 스크린에서 ‘삐∼’하는 소리와 함께 ‘귀고리를 달아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울의 어머니가 어제 예약해 남긴 메시지였다. 귀고리는 귀의 모세혈관을 통해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스마트 액세서리’의 하나.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차고 있다가 컴퓨터의 단말기에 접속하면 주치의의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오전 7시. 컴퓨터를 통해 강의시간을 체크했다.

오늘 들을 수업은 ‘인터페이스 개론’‘줄기세포 연구’‘DNA컴퓨터 100% 활용법’ 등 세 가지. 따분한 수업들 뿐이었다. 인터페이스 개론은 사람과 컴퓨터의 정보교류에 관한 것,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세포에서 어떻게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식할 장기를 분리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DNA컴퓨터는 사람의 DNA를 칩으로 사용해 정보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된 컴퓨터다.

어제 들은 ‘21세기 의학사’가 재미있는 걸 보면 과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21세기 의학사는 그런대로 사람 냄새가 나는 시간이었다.

‘어제 수업에 따르면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땐 약을 의사가 파냐, 약사가 파냐를 갖고 지금의 원로 의사들이 파업을 벌였다지?’

현서는 의사가 컴퓨터와 분자에만 매달리는 현실이 싫다. 이 사회가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평양 인구 500만명 중 300만명은 아직도 10여년 전의 의술에 살고 있는 현실.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 만성질환의 완치법이 나온지 10년이 다됐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의 혜택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아직도 빈민촌에선 10년전 유행하기 시작한 전염병‘X’로 죽어가는 사람이 넘치고….

반면 L기업의 이사로 계신 어머니는 쉰 살이지만 3년 전 얼굴에 인조피부를 이식해 주름살 하나 없다. 또 관절에 특수 단백질을 넣어 20대의 운동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동강변에는 40대에 쭈글쭈글한 얼굴을 가진 병약한 서민이 얼마나 많은가?

현서는 승용차를 몰고 학교에 가면서 과를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잠겼다. ‘헬스토피아’의 고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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