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환자 이송 시스템, 어떻게?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사진=뉴스1

‘병원’, ‘의사’, ‘수술’ 같은 단어를 마주하며 떠올리는 현대의학은 매우 젊은 학문이다. 많은 사람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떠올리며 의학이 2,0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고대부터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까지 힘을 떨친 의학은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한 과학이 아니라 세상만물을 설명하는 철학에 가까웠다. 그러니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질병을 규명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현대의학의 역사는 아무리 길어도 200년 남짓이며 20세기 초반을 지나서야 오늘날 같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응급실과 관련한 분야는 그런 현대의학에서도 매우 역사가 짧다. 미국에서도 1950, 60년대에는 야간과 휴일에 외래를 대신하여 아주 간단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응급실의 역할에 해당했다.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 특화한 전문 의료진도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 경험이 적은 신참 의사가 상주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응급실까지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는 구급대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환자를 분류하는 방법이나 환자를 이송하는 동안 시행할 응급처치도 확립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트남전쟁을 계기로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비롯해 다양한 사고로 외상을 입은 환자의 생존율이 베트남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의 생존율보다 낮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면서 응급의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응급실의 역할을 확립했으며 현장에서 환자를 분류하여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응급실까지 이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런 변화는 외상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응급상황의 개선도 이끌었다.

한국에는 미국보다 훨씬 늦게 그런 변화가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도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주먹구구식으로 응급실을 운영했다. 응급실에 전문의가 상주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고 중증외상, 뇌졸중, 심근경색, 패혈증, 각종 쇼크 같은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명확한 지침도 없었다. 그 무렵에는 금연규정조차 없던 터라 응급실은 담배연기가 자욱한 임시대기소 같은 분위기였다. 현장에서 응급실까지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은 한층 심각했다.

1990년대 초반에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같은 대형재난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현장에서 체계적인 환자분류,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적절한 응급처치, 응급실로 신속한 이송 가운데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의학과가 보편화하고 현장에서 응급실까지 환자의 분류, 응급처치, 이송을 담당하는 응급구조사의 교육과 배출이 체계화하면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을 신고하면 119 구급대원이 출동하여 전문적인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응급실에 연락하여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1990년대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는 ‘닥터헬기’ 같은 선진화한 방식으로 중증외상 환자를 이송하나 앞서 열거한 1990년대의 대형재난 때는 척추가 손상된 환자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고 옮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응급의료의 발전에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가 존재한다. 병원 간 이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아는 119 구급대는 현장에서 응급실까지 환자를 이송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1차 혹은 2차 의료기관에서 진단한 결과 3차 의료기관으로 옮길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고, 환자와 보호자가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희망하는 사례도 있다. 또 요양병원처럼 입원환자의 질환이 갑작스레 악화하면 부득이 급성기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전원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병원 간 이송은 119 구급대가 아니라 사설업체가 병원의 위탁을 받아 담당했다. 사실 사설업체가 병원 간 이송을 담당하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또 119 구급대 같은 정부기관이 모든 이송을 담당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 병원 간 이송을 담당하는 사설업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매우 허술했다. 과거에는 운전기사 홀로 차량을 운행하기도 했고 몇 년 전부터 응급구조사 혹은 간호사가 동행하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동행하는 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가 단순히 면허만 소지한 것이 아니라 이송 중 발생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한 검증은 부족하다. 심지어 최근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응급구조사 폭행 사망 사건처럼 사설 이송업체가 범죄에 연류하거나 내부에서 심각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병원 간 이송을 담당하는 모든 사설업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아주 훌륭하게 운영하는 사설업체도 적지 않다. 다만 개인의 선의에 제도의 운영을 의존하는 것은 바림직한 상황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분류와 응급처치, 현장에서 응급실까지 이송, 응급실 진료 같은 부분에서 많은 개선을 이루었으니 이제는 병원 간 이송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시기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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