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은 불치병이 아니다

 

아토피피부염은 불치병이다?

25년 가까이 일선에서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진료한 소아알레르기 전문의로서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아토피피부염은 오랜 시간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경험하는 질병의 치유 과정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들고, 과도한 경제적 부담, 심리적 부담, 삶의 질 감소 등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더해 주변의 그럴싸한 조언과 근거 없는 치료법의 난무, 그리고 정도를 넘어선 아토피 관련 상품들의 유혹에, 환자와 부모는 더욱 혼란스럽고 슬퍼지기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아토피피부염은 극복할 수 없는 병인가?

물론 극히 심한 환자인 경우 치료 과정의 어려움은 있지만, 학계의 많은 알레르기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는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몇 가지 심각한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치료와 질환 극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오해는 첫째, 아토피피부염은 불치병이다!, 둘째, 스테로이드 연고는 너무 무서운 약이라서 사용하면 안 된다!, 셋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식품들을 모두 금식해야만 한다!

이 세 가지 오해는 필자가 오랜 기간 환자 진료를 하면서 부모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데, 사실 근거 없는 오해다.

그렇다면 그 오해의 진실은 무엇일까? 첫째, 아토피피부염은 대부분 5세 미만의 소아에서 발생하며 청소년기까지 거의 80%의 환자가 호전된다. 다만 일반적인 피부 보습 관리가 안 되고, 초기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로 인해 피부의 2차 감염이 생기는 등 악순환 고리에 말려들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만성적인 피부손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불치병‘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해서 질환 극복의 의지를 꺾고 심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한다. 둘째, 염증의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치료제는 스테로이드 연고이다. 제제의 세기에 따라 1단계(가장 강한)에서 7단계(가장 약한)까지 나눌 수 있으며, 환자의 연령, 신체 부위, 병변의 중증도에 따라 의사의 처방에 의한 가장 적절한 강도의 연고를 사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오해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쓸 때만 효과가 있고 끊으면 다시 나빠지므로 (소위 리바운드 현상이라고 하지만 이 표현도 잘못된 표현이다)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3-7일 이상 바르면 부작용이 생기는 무서운 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남용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약제이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한다. 그러나 이런 오해로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스테로이드 연고 대신, 성분이나 용량표시, 부작용 및 의약정보 등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제제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간단히 호전 될 수 있는 아토피피부염의 초기 병변이 점점 심해지거나, 세균, 바이러스에 의한 이차 감염에 시달려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피부 손상을 야기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셋째, 진료실에서 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그래서 우유, 계란, 밀가루, 쇠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다 안 먹고 있어요!”라는 말이다. 최근 아토피피부염 환자들 사이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식품들은 모두 제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일부의 아토피피부염은 식품 알레르기 일환으로 발생하고 악화될 수 있으나 식품 자체가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키는 경우는 15-20%에 불과하다. 또한 증상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러한 식품을 무조건 제한한다면, 한참 자라나는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양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는 반드시 의사 진료에 의해 증상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후 최소한의 식품을 제한하여야 한다. 세계알레르기기구에서도 스테로이드 연고와 보습 등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심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만, 식품제한 및 유발검사를 시행하고 확인 된 식품에 한해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고통 받고 있으며,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아토피피부염의 유병률은 1995년 9.2%, 2000년 12.8%, 2010년 20.6%로 점차 증가하고, 2002~2007년「환경성 질환 진료환자 분석 보고서」에서는 초·중·고교생 중 5.7%인 43만 명이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다. 또 1인당 연간 431만 7천 원의 치료비용이 청구되었으며 77%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월 1회 이상 학교를 조퇴했고, 17.4%는 수면장애 및 사회·정서적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세대 건강 인프라인 소아 연령에서의 증가는 사회적 부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30대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악화된 8살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쉽지 않은 질환이지만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병은 아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교육이며, 따라서 치료의 걸림돌이 되는 오해를 풀어 줄 수 있도록 의료진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환자와 부모, 의료진이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에 난무하는 근거 없는 치료법에 흔들리지 말고, 원칙을 지켜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해 나간다면 완치 혹은 완치에 근접한 호전을 가져올 수 있는 질환임을 강조하고 싶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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