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병원의 의료통역사

지난

주는 잦은 출장 탓에 집에 들릴 새도 없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 호텔에서 저 호텔로

종종거리고 다녔다.

아침부터 밤까지 빽빽한 일정 탓에 신문도 TV도 볼 새 없이 겅둥거리고 다니다가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 타서야 한뭉치 신문을 사서 뒤적이기 시작했는데, 그 동안

많은 뉴스들을 못보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신문을 뒤적이면서 상대적으로

정치면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나는 ‘정치적’인 사람인가

하는 새로운 화두로 상념에 빠지기 시작했다.

‘정치적’하면, 일단 그 동안 못나고 파렴치한 정치인들과 권력만을 좇는 소인배들이

만들어 낸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선 떠오르기도 하지만 한꺼풀만 껍질을 벗고 스스로에게

정직하자면 나는 분명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정치가들이나 정치가들이 만들어내는

법률 그런 것들이 우리 민초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지극히 예민한 ‘정치적’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엄마의 신신당부

오죽하면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 친구들을 초대하여 저녁 대접하는 날, 걱정이

많으신 친정어머니의 충고 전화를 세 번이나 받았겠는가. “제발 다소곳하게 음식

시중만 들거라. 절대 남자들 이야기하는 데 끼지 말고…” “절대로 정치 이야기하는

데 끼면 안돼. 남편 얼굴을 생각해야지. 여자가 개성 있어 보이면 남자들 사이에서

장가 잘 들었다는 소리 못 들어, 이것아.” “그래, 다시 전화했다. 시집 보낸 물건이

하두 부실해서… 내가 정말 걱정이 된다. 손끝은 야물은 것이 어찌 그리 입이 야물지

못한지…”

지금 생각해도 빙긋 웃음이 나오는 진짜 이유는 그 절절한 어머님의 충고도 내

나름대로의 각오도 별 소용없이 그날 밤 나는 남편친구들과 열띤 논쟁을 벌인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굳이 자기성찰을 하자면, 미국에 와서도 내 왕성한 정치적 호기심과 ‘야물지

못한 입’은 별달리 성숙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스스로에게

정치적인 사람도 괜찮다는 허가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2년간 나는 만나는 정치인들마다 꼭 부탁하는 일이 하나 있다. 우리 한인들이

큰 병으로 입원을 하거나 치료를 받게 되면 딱히 병원에서 제대로 훈련된 통역을

붙여주는 일이 매우 드문데 그것은 병원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정치인들이 그 법을 꼭 꾸준히 강조해 주었으면 한다.

정치적인, 너무나 정칙적인 나

우리들이 잘 모르고 있는 그 법은 연방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의료기관은

언어나 문화 인종적인 이유로 환자에게 부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차별대우를 하면

제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물론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그 법은 잘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제제를 하는 기관도 없고 심지어는 피해자들(우리들)이 그 법을 모르기 때문에

병원측에 요청을 하거나 요청이 거부되면 신고를 하는 경우가 없어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름지기 환자가 의사(치료자)에게 제대로 의사를 전달하고 치료를 받는 일은

돈을 주고 사는 특권이 아니고 기본인권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코리안리소스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의료통역사 훈련도 우리 스스로

자산을 잘 가꾸며 한편 한인들에게 훈련된 통역사들을 공급하라는 요구를 당당히

하는 시민운동의 일환이다. 나는 이제 조금쯤 부끄럽게 생각했던 내 정치적 관심을

조금 더 요긴하게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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