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생각보다 심각한 ‘정신적 외상’ 초래

[사진=Milkos/gettyimagesbank]
소셜미디어 사용이 감정을 무디게 만들거나, 점진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사고나 폭행 등 트라우마가 될 법한 경험은 정신적 충격을 일으킨다. 그런데 직접 나쁜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끔찍한 소식들 역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제된 뉴스와 달리, 날것 그대로를 노출하는 소셜미디어는 뉴스보다도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 기능을 한다. 코로나19 관련 소식은 물론, 인종차별, 동물학대 등 각종 불편한 소식을 여과 없이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 등의 형태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 앱을 열고 별생각 없이 스크롤링을 하다보면 잔인하고 가학적인 장면들을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지만, 이후 이러한 정보들에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면 더 이상 큰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이처럼 나쁜 장면들을 보아 온 사람들의 정신 건강은 괜찮을까?

충격적 사건, 반복 소비…감정적으로 둔감해져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정적인 정보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 외상을 크게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케이티 데이 굿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여러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해 보다 나은 솔루션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비극적 사건들에 노출되다보니 감정이 둔감해지는 측면도 발생한다.

한 가지 소식도 아직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또 다른 소식들을 연달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 무감각한 상태에 이르는 쉽다는 것이다. 심리치료사인 그레이스 다우드는 이를 ‘끓는 물속의 개구리’ 현상이라고 말했다. 개구리가 갑자기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물의 온도를 높이며 끓이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물속에 계속 있다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다.

즉,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하는 나쁜 소식들이 우리의 정서에 점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나 영상들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처럼 외상 남아…공감 능력 떨어지기도

이는 우리의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쁜 소식을 접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아드레날린·코르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같은 호르몬 분비가 일어나는 사이클이 반복되다보면, 어느새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순간 곧바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대리 외상’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생존자처럼 불안감이 증폭되고, 부정적인 뉴스만 계속 소비하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으로 이어진다. 마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있는 사람처럼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지하고 예민해지기도 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상 마녀사냥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되고 있지만, 한 가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죽을 때까지 물어뜯는 군중행동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감정이입이 잘 안 돼, 다른 사람의 괴로운 감정을 개의치 않는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소셜미디어 사용은 피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현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정신건강을 위한 사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장하고 있다. 또한, 좋은 소식이나 훈훈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라온 내용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로부터도 멀어져 좀 더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여가 시간을 소셜미디어 체크에 할애하는 대신, 운동이나 독서 등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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