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자석으로 우울증 치료한다

FDA, 자기장 이용 치료법 최초 인정

강력한 자석으로 뇌의 특정 부위에 자극을 가함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자기장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법이 FDA의 공식 사용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DA는 뉴로네틱스 사가 개발한 ‘경두개 자기 자극기(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or)’의 효과를 인정하고 의사 처방에 따라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 등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TMS의 작동 원리는 뇌의 특정 부위에 강력한 자기장을 쬠으로써 뇌세포에

전기를 일으키고, 이 전기가 감정과 관련된 뇌세포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우울증 치료

효과를 갖는다.

수술을 통해 뇌 자체에 전극을 꽂는 등의 방법과 비교하면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뇌에 자기장을 가하는 방법은 그간 치료 분야보다는 뇌과학 분야에서 많이 사용돼

왔다. 운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자기장을 쏘면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팔이 위로

올라가고, 책을 읽는 동안에 언어와 관련된 뇌 부위에 자기장을 쏘면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등의 현상이 관찰됐다.

간단한 산수 문제를 푸는 동안에 계산과 관련된 뇌 부위에 자기장을 쏘면 계산

자체가 안 되기도 한다.

자기장이 뇌에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이후 뇌와 관련된 각종

질환 등에 TMS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뒤따랐다. 우울증-편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들이 나왔고 이번에 정식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모든 우울증 환자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FDA는 항우울제 복용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의사 처방 아래 TMS가 사용되도록 승인했다.

TMS 개발자 중 한 명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마크 조지 교수는 “새로운 의학

분야가 열렸다”며 “뇌에 손을 대지 않고 외부에서 전기 자극만으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안전하며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강박증 또는 정신분열증처럼 전두엽(뇌의 앞쪽 부위)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TMS는 우울증 환자의 왼쪽 전전두엽을 자기장으로 자극함으로써 순차적으로 뇌의

깊숙한 안쪽까지 전기신호가 전달되도록 한다. 이러한 자극이 기분과 관련된 뇌 부위까지

전달되면서 치료 효과를 거둔다.

사람마다 뇌 모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TMS는 뇌의 운동 관장 영역을 찾기

위해 정수리 한가운데부터 시작해 5cm 간격으로 이마 쪽으로 이동하면서 정확한 부위를

찾아낸다.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면 TMS는 1분당 3000 펄스(변조) 비율로 40분간 자기장을

쬐는 방식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는 1주일에 5회 진행되며 6주 정도 계속된다.

업체 측의 임상시험 자료에 따르면 TMS 치료 이후 큰 부작용은 없었다. 발작 또는

기억장애 등 후유증이나 신체 이상이 없었으며, 두통 보고 사례는 있었다.

임상시험은 164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TMS 치료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측정했다.

치료 뒤 24%가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밝혀, 일반적인 항우울제 복용에 따른 우울증

개선 효과와 비슷했다. 소리만 비슷하고 진짜 자기장은 나오지 않는 가짜 기계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치료 효과가 12%로 떨어졌다.

TMS의 문제라면 치료비가 미국에서 현재로선 6천~1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대략

1천 만원 가량 든다. 약물 치료 비용보다 몇 배 비싸다는 것. 그러나 두개골을 열어

전극 등을 꽂는 방법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미국 최대의 국립 의료연구 기관인 국립보건원(NIH)은 자체적으로 260명을 대상으로

자기장의 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쯤 그 첫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자기장을 이용한 뇌 치료는 향후 발전 가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풍,

간질, 운동마비 등 뇌 이상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두개골을 열지 않고 안전하게

외부에서 자기장 자극을 가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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