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8시간 안자도 돼”…잠 잘자는 공식 따로 있다

65세 이상은 침실온도 21~23℃ 사이로 약간 높게, 주말엔 1시간 이상 늦잠 피하기 등

수면 부족은 심혈관질환, 제2형당뇨병, 비만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불안,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잠은 오지 않고, 간신히 잠이 들어도 자꾸 깨는 일이 반복된다면 아침이 돼도 피곤함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수면 부족은 심혈관질환, 제2형당뇨병, 비만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불안,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하루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을까?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소개한 내용으로 알아본다.

65세부터는 침실 온도 높이기

침실 온도는 16~20℃로 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년기에는 실내 온도를 21~23℃ 사이로 약간 높이는 게 최적의 수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의하면 실내 온도가 23°C를 넘어가면 수면에 방해가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수면 및 일주기 신경과학 연구소 디렉터 러셀 포스터 교수는 “노인들은 활동량이 적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열을 덜 발산하며, 따라서 외부 열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 늦잠자지 않기

주중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면 주말에 밀린 잠을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길게는 안된다. 영국 수면전문기관 슬립스쿨(Sleep School)의 수면전문가 가이 메도우즈에 따르면 이는 “일주기 리듬이 어긋나는 걸 피하기 위함”이다. 그는 “주말에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잠을 더 자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말 아침에 늦잠을 잘 경우 아침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메도우즈는 “주말 아침 이틀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면 신체시계가 뒤로 밀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주말에는 잠이 절실히 필요할 때 가끔씩만 자되, 평소보다 30분 이상 더 오래 자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전했다.

스누즈 버튼 눌러도 괜찮아

2023년 ‘수면연구저널(Journal of Sleep Researc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잠에서 제대로 깨기까지 30분 동안 스누즈 버튼을 3번 누른 사람들은 일부 인지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스누즈 버튼을 눌러가며 오랜 시간 자는 건 좋지 않다. 그러려면 차라리 한 두 시간 제대로 잠을 자는 게 깊고 편안하게 잘 수 있어 더 낫다는 게 메도우즈의 설명이다.

스누즈 버튼을 누른다는 건 잠을 쪼개서 잔다는 뜻이다. 이런 행동은 수면관성(잠에서 깬 후 비몽사몽한 상태)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실제로 일어나려는 시간에 알람을 설정하는 게 낫다. 메도우즈는 피부에 빛을 쬐고, 마지막 30초 동안은 찬물 샤워를 하며, 깬 후 무언가를 먹으면 잠이 빨리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면 시간이 아닌 취침 시간에 집중하기

수면에 관한 조언에서 8시간 자는 걸 목표로 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수면 시간보다 중요한 건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간이다. 최근 ‘수면(Sleep)’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보다는 일관된 수면 루틴이 조기 사망 위험을 더 강력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연구는 약 6만 명 참가자를 대상으로 7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는데,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사람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최대 48%,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최대 39%, 심혈관대사 질환(뇌졸중,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2~5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밤 9~10시 사이에 잠들고 아침 6~7시 사이에 일어나는 등 1시간 범위 이내에서 잠들고 깰 것을 권했다.

메도우즈는 “규칙적인 수면 주기는 신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수”라며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면 심박수, 혈압, 배고픔 호르몬을 포함해 신체의 생물학적 과정이 기능하는 데 중요한 신체시계가 조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면·기상 시간이 불규칙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져 혈당수치가 높아지고 심장에서 분당 펌핑되는 혈액량이 늘어나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면역 반응이 낮아져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침실은 어둡게

아주 적은 양의 빛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연구진이 진행한 해당 연구에서는 3룩스 미만(형태는 보이지만 글자는 읽을 수 없는 정도)의 어둑한 조명에서 잠을 자는 것과 100룩스(침대 옆 탁상용 램프와 비슷한 수준)의 적당한 조명을 켜고 잠을 잘 때의 영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룻밤 동안 100룩스 빛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다음날 아침 인슐린저항성(인슐린에 대한 혈당의 반응이 정상보다 낮은 상태)이 높아지고 밤 동안 심박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두운 조명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를 경험하지 않았다.

수면과학자 소피 보스톡은 “밤에 빛을 많이 받으면 신체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반응이 계속되어 과각성 상태가 유지되고, 이 때문에 신진대사와 회복이 방해받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잘 때는 집안의 모든 조명을 끄고, 자는 동안 안대를 착용하거나 암막커튼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옷은 가볍게, 잠자리도 도움

포스터 교수는 “폐경기 전후 및 폐경기를 겪고 있는 여성은 체온 변화가 심한데, 체온이 상승하면 잠에서 깨게 되기 때문에 알몸으로 자는 게 매우 좋은 생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체온 변화는 에스트로겐 감소에 의한 것이다. 한편, 남성의 경우에는 여성보다 근육 대 지방 비율이 높은데, 근육은 지방보다 열을 더 많이 생성하기 때문에 침대에서 옷을 적게 입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잠옷을 입는다면 면과 같은 천연 소재의 시원한 섬유로 만든 것을 입는 게 좋다.

만약 숙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성관계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5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성관계 중 느끼는 오르가슴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연구진이 실시한 이 연구는 ‘수면연구저널’에 실렸다. 보스톡은 “오르가슴은 옥시토신 및 프로락틴과 같은 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진정 효과를 가져와 스트레스 반응을 끄고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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