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스트레스 받으면…맏딸 ‘이것’ 빨리 온다?

임신 중 심한 스트레스와 자녀 사춘기 시기 연구...맏딸 사춘기 앞당겨

임신 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첫째 딸은 사춘기를 일찍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딸은 사춘기를 일찍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연관성은 맏이로 태어난 여자 아이에게서만 나타났으며, 남자 아이나 첫째가 아닌 여자 아이들에게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클리닉 두 곳에서 임신 초기인 임산부 253명을 모집했다. 산모의 평균 연령은 30세였고, 모두 단태아를 임신 중이었으며, 약 절반이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태어난 아이 중 48%가 여자 아이, 52%가 남자 아이였다.

연구진은 산모를 대상으로 임신 15, 19, 25, 31, 37주가 되는 시점과 출산 직후 스트레스, 우울, 불안 수준을 평가했다.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아이가 8~10세, 11~12세, 13~16세가 되는 때에 평가를 실시했다. 타액 샘플을 채취해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등 성호르몬 수치를 검사하고 체모, 피부 변화, 키 성장에 더해 여아의 경우 유방 발달 및 월경, 남아의 경우 목소리 변화 및 수염 성장 등의 생체지표를 측정했다. 또한,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아버지의 부재, 낮은 소득 등 어린 시절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의 징후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임신 중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산모에게서 첫째로 태어난 딸은 사춘기를 더 일찍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아이들의 경우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가 빨라지며 일련의 사춘기 초기 징후가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났으며, 이러한 연관성은 출생 후 경험한 사건에 대해 보정을 한 후에도 유지됐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남자아이나 첫째가 아닌 여자아이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월경 시작 나이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저자인 UCLA 생물인류학자 몰리 폭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태아의 정서적, 환경적 요인과 기타 요인에 있어 산모와 그 자녀에게 미치는 중대하고 평생에 걸친 영향을 보여준다”며 “이는 임산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전반적인 복지에 기여하는 지속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춘기를 일찍 경험하는 여성은 향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기존에도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예로, 2023년 미국 툴레인대가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13세 이전 생리를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 또래보다 성인기에 제2형당뇨병 및 뇌졸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르몬과 행동(Hormones and Behavior)’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춘기를 일찍 경험한 여성은 우울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랜싯(Lancet)’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도 생리를 일찍 시작한 여성들의 유방암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정신신경내분비학회 저널 《정신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에 ‘Mothers’ prenatal distress accelerates adrenal pubertal development in daughte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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