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수술 대신 운동요법? “병만 키워요”

[Voice of Acdaemy 14 - 인터뷰]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조정기 회장

조정기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회장은 “척추질환자가 특정 운동요법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흔하다”고 염려했다.[사진=여의도성모병원]
“척추질환의 치료는 인터넷의 ‘카더라 상식’에 휘둘리면 안됩니다. 척추협착증과 허리디스크도 치료법이 다르듯, 모든 척추질환에 똑같이 적용되는 치료법은 없어요. 내시경수술의 적용 범위가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어떤 질환은 현미경수술로 해결해야 합니다. 비급여 시술과 운동요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키우는 환자도 많습니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조정기 회장(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특히 최근엔 척추에 심각한 탈이 생겼는데도 특정한 운동요법에 의존하다 병이 악화돼 전문의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운동요법은 척추질환의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만, 통증과 운동장애가 심하다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운동요법 의존하다 치료시기 놓쳐”

조 회장은 “서구에서는 1970, 80년대 백 스쿨(Back School)이라고, 척추 운동요법이 유행하다가 사라졌으며 북미척추외과학회(NASS)도 척추질환자에게 운동요법을 권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며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금세 알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선 허리나 목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너나없이 운동요법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의료원(NIH)이 운영하는 논문 검색 사이트 펍메드에서 검색하니 캐나다 알버트대,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괴통겐대 등의 의학자들이 ‘백 스쿨’을 검증한 결과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학술지 《통증》에 게재된 것이 확인됐다.

조 회장은 “흔들리는 이는 뽑든지 치료를 해야지, 흔들리는 이로 씹는다고 낫지 않듯이 이미 척추질환이 생겼다면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몸이 곧 돈인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척추를 다치면 우선 쉬는데, 일반인은 아프다고 운동을 하는 것은 비극적 코미디”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척추질환을 해결한다는 시술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

“척추질환 수술은 매년 20만 건 안팎으로 고정돼 있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시술은 매년 50~70% 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다양한 과에서 시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비급여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의 요구와 병원 경영상 이유가 결합돼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TV와 신문 등에서 매일 볼 수 있는 비수술요법이 효과가 없다는 말인가?

“대체로 그렇다.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꼭 시술을 받지 않아도 제대로 쉬면 낫는다. 대부분의 척추질환은 70~80%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며, 나머지는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척추질환 치료 수준이 올라갔지만, 환자들의 척추 건강 수준은 비례해서 좋아지지 않은 것이 혼합진료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 의학과 민간요법 등이 섞여 있어서 상업적 치료가 남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칭·자외선노출·금연이 예방에 도움

-그럼 허리나 목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무리하지 말고 쉬는 것이 좋다. 며칠 쉬어도 통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팔다리가 저리거나 또는 움직이기 힘들다면 척추질환 전문의를 찾도록 한다. 옛날에는 전문의 세 명이 수술하라고 할 때 수술 받는 것이 권고사항이었지만, 요즘에는 거기에 더해 시술을 받을지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일정 기간 통증을 줄이며 쉬는 정도로 해결되는 시술이라면 괜찮겠지만, 지나치게 고가인데다 수술을 대체한다는 시술은 재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척추 건강을 지키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평소 유산소운동, 유연성운동, 근육운동을 골고루 하면 좋다. 걷기나 달리기, 맨손체조, 수영 등이 추천된다. 골감소증과 함께 근육감소증도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운동과 함께 적절한 자외선 노출, 비타민D 섭취 등도 필요하다. 메스컴이나 유튜브에서 얘기하는 스트레칭이 척추질환 예방에는 도움이 된다. 특정 운동만 맹신하고 고집하면 오히려 환자에게 해롭다. 척추질환 예방엔 체중 조절도 필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허리나 목 디스크 발생 가능성이 3~4배 높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동문 1300명을 추적조사했더니 흡연자의 디스크 퇴행 정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85%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나 목이 아프다면 담배를 끊어야 하며 척추 수술을 받으려면 최소 수술 3개월 전에 금연해야 한다.”

-자세가 척추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구부리는 자세가 좋지 않다. 의자에 앉을 때엔 등을 구부리지 않도록 하고 양쪽 어깨를 펴고 바르게 앉도록 한다. 앉아서 근무할 땐 발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목과 허리 건강을 해치고 있는데 가급적 덜 숙이고 보고, 20~30분마다 고개를 들어서 목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걸을 때에도 가급적 목이나 등을 앞으로 숙이지 않고 허리를 펴고 다니도록 한다. 자신이 평소 허리를 펴고 지내는지 체크하려면 벽에 기대서 어깨가 닿는지 확인한다. 잘 때 베개는 낮은 것으로 뒷목까지 받치는 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높은 특수 경추 베개보다 훨씬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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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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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2-15 09:40:03

      척추질환에대한 아주중요한 건강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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